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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Apr 19. 2024

아이들과 대화하는 어른들

어른들은 뒷전


지난 겨울 아이가 아파서 새벽에 응급실을 가는 일이 있었다. 별 아픈 곳 없이 자라는 아이에게 손에 꼽히는 일이었다. 아이가 호흡이 곤란한 지경이 되어 나선 응급실행이 소풍가듯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문진을 하는 간호사 선생님은 우리를 마치 야밤에 소풍나온 듯한 분위기로 만들어주었다. 


우선 아이를 만나면 진료를 하기 전 질문을 한다. 이름이 무엇인지, 몇 살인지, 그리고 킨더가든이나 학교를 다니는지. 그리고 선생님의 한손에는 이미 아이의 눈이 떨어지지 않는 스파이더맨 스티커가 있다.


그 스티커를 자기를 주려나 싶은 기대감으로 이미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있고, 선생님과 심적으로 많이 친해져 있다.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을 한다. 아이가 응급실에서 느끼는 공포감, 불안감 대신 이미 병원이 스티커를 받을 수도 있는 재미있는 곳이 되어 있다.


문진이 끝나고 의사선생님을 만나면 역시 비슷한 과정을 전철을 밟게 된다. 이러한 과정중에 부모는 굳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는다. 필요가 있지 않는한.


처음에는 이런 상황들이 어색했다. 무엇이든 아이를 대신해서 어른들이 대답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아이에게 질문을 한다. 부모는 뒷전이다.(사실 뒷전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 사람은 아이와 대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뒷전이라는 것은 내가 자란 익숙한 문화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감정인 것이다.)


부모에게 필요한 정보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나, 아이에게 캔디나 먹을것을 주어도 되는지는 물어보지만 그 외에 아이와 대화를 하면 그 사람과 아이의 대화인 것이다.


나는 곧 이런 대화 방식이 아이에게 자립심과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불편한 질문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고 친근해하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질문들. 그리고 아이 스스로 대답하고 기다려 주는 참을성을 나타내는 어른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자신의 생각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듯 하다. 


아이가 좀 늦게 대답해도 "네, 해야지." "감사합니다, 해야지"가 아니라 우선은 충분히 기다려 준다. 아이가 혹시라도 감사 인사를 까먹었다면 대신 말해주는 대신 "뭐라고 하면 좋을까?" 라고 부모가 옆에서 말해줌으로 아이가 스스로 감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가 부끄러움에 감사인사를 전하지 못해도 아이를 나무라거나 무안을 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고맙다고 하고 지나간다. 그럼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대화 방식은 아이가 자라서 청소년의 시기가 되어서도 계속된다. 모임에서도 초등학생, 십대들이 있으면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항상 어른들의 대화에 같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대화 도중에도 아이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면 (어린 아이의 경우) 대부분 아이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고 경청해준다. 꼭 필요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한다면 잠깐 기다려달라고 알려준다.


아이들마다 성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급에서 질문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모르면서 아는척하고 넘어간다면 그것이 그들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남편이 대학을 다닐 때 종종 놀라곤 하였다. 금방 설명한 내용이나 아주 쉬운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손을 번쩍 들어 다시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놀란 것은 그 다음이다. 누구도 그에 대해 뭐라고 하거나 교수 역시 그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하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았다.(또 하나 놀란 것은 교수와 너무 친구처럼 이야기해서 놀랐다고 한다.)


이런 대화 방식은 직장 생활까지 이어진다. 일을 잘하는 것 보다도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일은 가르치면 시간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늘게 되어 있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이 곳에서는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해결해나가는 방법에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다는 점도 염두해 두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배우고 싶은 문화,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의견을 묻고 존중해 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캐나다의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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