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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May 10. 2024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진짜 이유

오늘은 이번 연재의 마지막 글인만큼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그러면서도 캐나다 자녀 양육에 관해 독자분들이 어떤 점들을 궁금해 하시고 내가 답변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고민을 한 끝에 위와 같은 제목이 나오게 되었다.


캐나다에는 자녀를 위해 이민을 한 분들이 많다. 부모가 이민자로서 견디어야하는 무게가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위해 꾹 버티고 지내시는 분들도 많다. 


나는 애초에 자녀를 가질 계획이 없었으며 당연히 자녀 교육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소중한 아이가 찾아오게 되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이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었다.


남편이 아이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내가 자란 방식이 정답이 아니구나 깨닫게 되었고 나름 열심히 치열하게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공부했다.


많은 책들과 강의들을 들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내가 커왔던 방식과 다르게 키우는 것이구나' 였다. 그것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대학을 가거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들은 말은 부모로서 자녀를 키울 때 최종 목표는 '독립'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의 독립은 자녀가 자라서 대학을 가고 번듯한 직장을 차려서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 출가외인이 된 후를 말하는 '독립'이 아니었다. 


신체적으로도 부모와 독립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훨씬 더 이른나이에) 정서적으로도 부모를 떠나 독립된 인격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올바른 가정을 이루고 사회에 기여를 하며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독립'이었다. 


한 사람으로서 태어나 오롯이 가지고 있는 그 귀한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키워서 그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독립'이다.


수능시험 망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 당당하게 맞서고 그것을 딛고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길러 주는 것이 '독립'의 최종 목표이다.


나는 아이가 우리로부터 이러한 '독립'을 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경위가 '캐나다는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안의 연재글들을 통해 많이 나타났을 것이다. 


몇가지 사례를 다시 간추려 보겠다


어린시절에 긍정적이 자아상 형성


아이가 부모로부터 건전한 독립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자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에서는 아이의 의견을 준중해준다. (물론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하지만 우선은 아이의 의견을 아주 잘 들어준다.) 때로는 too much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예를 들면 성 정체성과 관련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기도 하며 얼마전 알버타주에서는 만 17세 미만 성전환수술이 2024년이 되어서야 금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고하는데..그럼 지금까지는 그걸 허용했다는 말인가...이건 또 다른 부면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일것이다.)


요점은 무조건 어른의 말을 들어야한다던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는 없다. 어른이 말할 때 아이가 끼어들어도 버릇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은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고 좋은 방향으로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특히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이에게 무안을 주는 말이나 행동은 아주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소중히 여김을 받고 자신들의 말을 잘 들어주기에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며 자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아이가 질문이나 화장실을 가야하는 경우가 있다면 언제든 손을 들고 갈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 특히 성적으로 다른 아이와 비교한다거나 등수를 매겨 벽보에 붙이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친구들은 서로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클래스메이트일 뿐이다. 


물론 아이들의 성장기에서 성격적인 면이나 인간 관계에서 오는 다른 어려움들은 있겠지만 성적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크게 없을 듯 하다.


경제적인 독립


예를 들어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베이비시터를 한다. 만 13세가 되면 그와 관련된 자격증을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 부터 경제 개념을 배우게 된다. 어린 나이부터 조금씩 경제 활동을 하며 부모님이 버는 소득에 대한 감사함도 여길 수 있게되고,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자립할 수 있는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난 많은 캐네디언들은 16살때부터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해서 18살이 되면 혹은 늦어도 20대에는 부모님 집을 나와서 렌트를 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가 대학을 가는 경우는 학자금 대출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며 부모님이 대학 자금까지 시켜주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것 같다. 학자금 대출제도가 잘 되어있으며 대학교 졸업 후 보통 몇 년 이내로 자금을 갚을 수 있다.


혹은 아이가 어릴때부터 추가 교육을 위해 드는 적금?과 비슷한 제도가 있는데 나중에 아이가 대학을 가게 되면 원금의 20%까지 돈을 더 얹어 주어서 이렇게 적금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대학 학비 걱정은 물론 생활비까지 더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이자를 받을 수 없기에 대학 가기 싫어도 꼭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맹점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부모들


캐네디언 부부들을 보면 아이도 소중하지만 자신의 삶과 부부관계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베이비시터를 구해서 가끔 부부가 저녁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일할 때만 베이비시터를 구하는게 아니다) 그 돈을 아끼려고 하거나 아까워하지 않는다. 아주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삶에 집중하며 자신들의 행복, 부부와의 행복도 중요시하며 부모가 잘 지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자녀가 삼시세끼 밥을 안먹으면 큰일 날 것 같아 잔소리하는 부모는 없다. 아침은 시리얼로 대충 먹고 점심은 샌드위치, 치즈 견과류 등으로 먹고, 저녁은 좀 푸짐하게 먹는 것 같다. 


물론 그와 같은 식단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밥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않으며, 그로 인해 불필요한 서로의 감정소비 혹은 에너지 소비가 적다.(건강하게 식단을 신경쓰는 부모도 많다. 하지만 밥을 꼭 해먹여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많지 않은 듯 하다)


많은 부모들은 인생 바쳐 자녀를 위해 살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거나 자녀가 그에 대해 감사해하기를 바라지만 정작 그런 부모를 둔 자녀들은 대게 행복한 경우가 많이 없다. 부모의 인생이 자신때문에 불행해진 것 같아 죄책감까지 느끼며 자라게 된다. 


그러한 감정은 아이의 인격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사회적으로 명예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기 쉽지 않다.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면 가정을 이루어서도 행복하기 어렵다.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면서도 자신의 삶도 귀하게 여기고 부부관계도 돌보며 엄마 아빠가 행복한 모습을 보일 때 자녀가 건전한 '독립'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 역시 위에서 언급한 이민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부모중 한 사람에 속할지도 모른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좋은 점도 많지만 여러 방면으로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아이의 교육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벌써 어디 따뜻한 곳으로 가자고 옮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한 부모가 되어 아이가 행복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오늘 하루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의 따뜻한 미소와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네가 너무 너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꼬옥 안아주며 알려주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동안 '캐나다는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애정해주시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연재는 저에게 큰 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독자분들이 그러하였고, 저의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둘 수 있는 이 공간이 저에게는 또 선물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말씀 전하며 더 좋은 글로 인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캐나다 생활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제 블로그와 유튜브에 들려서 도움이 되는 정보 얻으시기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 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TBPTeaWK3c&t=457s



https://be-goodlife.com/after-canada-pr-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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