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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Aug 31. 2024

마음 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두배로 힘든 예민한 사람들...대처 방안은?

시부모님의 방문으로 몇 달 전부터 여행 계획을 짜고 숙소도 미리 예약을 했었어요. 시부모님께서는 여행보다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중요한 분들이셨기에 관광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으셨지만 이 곳까지 오셨는데 로키 산맥 관광을 빠뜨릴 수는 없죠.


국립 공원 공식 웹사이트를 하루에도 여러번 들락거리며 좋은 위치의 숙소가 있는지 살펴보고 취소 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숙소를 딱 하루 찾게 되어서 카드를 긁어가며 예매를 했었답니다. 


보통 로키산맥하면 밴프를 많이 떠올리시겠지만 7,8월에는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저희는 비교적 사람이 적고 아담한 재스퍼 국립공원을 더 좋아했기에 재스퍼 국립 공원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어요.


(*캐나다의 인기있는 국립공원은 3월쯤 인터넷에서 숙소 예약이 오픈을 하는데 거의 수강신청을 방불케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답니다. 그렇게 좋은 자리가 나가면 꼭 당일 가까운 때 취소하는 사람이 있기에 수시로 확인을 하다보면 좋은 자리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리고 차로 긴 거리를 가는 것을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중간에 쉬어가는 지점을 잡아서 꽤 근사한 에어비앤비 숙소도 예약했어요. 


그런데 부모님 도착하시기 몇 일 전.....

재스퍼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모든 예약이 자동 취소된다는 공식 사이트 공지문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모든 공원은 클로즈가 되었고 아름다운 재스퍼 다운 타운도 거의 반 이상이 불에 타고 있었죠.. (동물들도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 )


재스퍼 국립공원에 예매했던 숙소는 자연적으로 취소가 되었고 다른 모든 예약도 취소해야만 하였어요. 성수기에 다시 다른 곳으로 돌려서 숙소를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거기에다 산불 연기까지 겹쳐서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보음이...


저번 글에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제가 좀 성격적으로 일이 계획대로 진행이 안되면 보통 사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입니다. (비교 대상:남편) 그 스트레스라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불안, 더 자세히 보니 나 스스로 잘 하려는 욕심, 기대감, 남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불안감,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는 내 마음 등이 있더라고요.


이전에 '예민한 사람'이 덜 예민해지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어떤 의사 선생님이 제시를 하시던데 그 중에는 이런 제시 방법이 있었어요.


'내가 평소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말, 행동을 일부러 하기, 예를 들면 약속시간에 늦는다던지, 화를 참았다면 일부러 내기, 할말 다하기, 일부러 욕먹고 무안함 당하기, 일부러 90%만 하기.'


저는 사실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남편이랑 살다보니 예민한 사람이더라고요.ㅎㅎ 그리고 평소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남편 덕분에 겪게 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말 그 예민함과 불안도가 더 내려가게 된 것 같아요. 막상 그런 일이 터져도 사람 사는 일이 다 살게 되더라고요. 딱 한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길도 있고요. (금전적 손실과 스트레스는 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 서로에게 예민하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아야 가장 중요한 '관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도 남편을 통해 배운 듯 해요.)


어쨌든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 재해로 또 이런 일이 생겼으니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최선을 다해보고 거기에 만족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밴프쪽으로 돌려서 숙소를 다시 알아보았어요. 지인의 조언으로 꽤 괜찮은 호텔을 좋은 가격으로 얻고, 근처 에어비앤비도 오히려 급하게 예약하니 할인된 가격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어요.


또 밴프에 유명한 호수 레이크루이스에 갔었는데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시부모님께서 꿈 속에 있다가 온 것 같다고 하시며 너무 너무 행복하고 만족해 하셨답니다. 


한편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레이크 루이스의 전경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 일'은 많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더 중요한 것이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을 때..


때로는 더 좋은 결과가 있기 위함일 수 있으니 너무 속상해하며 밤잠 못 주무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하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 그 또한 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 더욱 중요한 나의 건강을 위해서 오늘 밤도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cP5FA4K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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