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으로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마지막 시험관으로 첫째를 힘들게 만나고 다시 6년 후 둘째가 기적같이 자연임신으로 우리에게 왔다.
병원에서 임신인걸 확인하자마자 시작된 입덧은 정말 힘들었다. 구역질을 시도 때도 없이 했는데 그냥 하루 종일 울렁울렁. 마치 심하게 흔들리는 배안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첫째 때는 3개월까지 토하는 입덧만 했는데 둘째 때는 5개월까지 "우웩, 우웩." 구역질을 엄청 하다가 토까지 하는 등 완전 난리부르스였다. 얼마나 튼튼한 녀석이길래 이러는지 원.
나는 유산한 적이 많고 첫째 때도 열 달을 누워 지냈기에 그래도 조심조심하며 지냈다. 하지만 6살 된 큰 딸아이를 챙겨줘야 하고 놀아주고 집안일도 해야 하니 첫째 때처럼 누워있기만은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은 유산기 같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임신으로 기적같이 생긴 녀석이니 왠지 엄청 튼튼하고 천하무적인 아이는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둘째의 태명은 복근이라고 내가 지었다. 아버님이 우리 집안의 아이들은 근자 돌림이라 하셔서 근자를 넣고 복이 많은 복덩이의 복을 합쳐 복근이라 만든 것이다. 남편과 둘이 태명이 좋고 재미있다며 한참을 웃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임신 9주. 갑자기 갈색 분비물이 나와서 너무 놀라 병원에 다녀왔다. 복근이는 이상이 없는데 자궁에 피가 조금 고여있고 고인 피가 조금 더 나올 수 있다면서 질정을 처방해 주셨다. 나는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자주 놀라고 무서웠다. 유산트라우마처럼 또 아기가 잘못될까 싶어 말이다.
둘째는 배도 빨리 나오고 태동 느낌도 엄청 빨리 느껴졌다. 첫째는 임신 20주에 첫 태동을 느꼈는데 둘째는 임신 12주쯤에 지렁이 기어가는 느낌이 살짝 나더니 임신 15주에는 자주 '스윽스윽' 하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시어머니는 12주 때, 아직 복근이의 성별이 나오기도 전에 아기선물이라며 택배를보내셨다. 바퀴가 달려 직접 타고 노는 커다란 자동차와 파란색 유모차형 자전거를 보내셨다. 왠지 둘째가 아들 같다는 느낌이 드신단다. 흐흐. 둘째를 자연 임신했다는 소식에 양가 부모님들은 이렇게나기뻐하셨다.
마흔한 살이라는 나이에 임신은 확실히 첫째 때보다 몸이 확연하게 몇 배나힘들었다. 혈압과 간수치가 높게 나오고 방광염과 질염이 생겨 약도 먹었다. 게다가 임신성 당뇨검사도 재검을 받았는데 가까스로 커트라인을 넘겨 겨우 통과를 했다.
체력도 딸려서 집안일을 조금 하다 지쳐 소파에서 쉬고 또 움직이다 쉬고를 계속 반복했다. 잠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하루 종일 울렁거리는 통에땡기는 음식도 없었다.
첫째 때는 그래도 먹고 싶은 걸 먹고 토하고 했는데 둘째 때는 하루 종일 울렁거리니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복근이를 위해 굶을 수는 없으니 그나마 입에 맞는 집 앞 김밥집에서 채소가 많이 든 김밥만 선택해서 겨우 먹곤 했다.
16주가 되자 울렁거리던 입덧이 좀 잦아
들어 살 거 같았다. 그런데 16주하고 하루가 지난 아침 왈칵하고 출혈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