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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17. 2020

돌 지난 딸이 먹는 순대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1

  결혼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힘들게 만난 딸내미는 입덧까지도 날 힘들게 했다. 일명 토덧.


  토하는 입덧이었는데 물이든 음식이든 먹는 족족 다 토를 했다. 배가 고파 안 먹을 수는 없으니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매일매일 변기를 잡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임신 딱 3개월째까지만 토하는 입덧을 해서 다행이었다.

  

  그 이후로는 입덧이 점점 없어져서 음식들을 잘 먹을 수가 있었는데 진짜 딸이어서 그랬는지 임신 중에 고기가 전혀 땡기지를 않았다. 오로지 과일, 떡볶이, 그리고 순대.


  희한하게 고기는 전혀 먹고 싶지가 않았는데 순대는 자꾸 당기고 생각나서 남편퇴근하는 길에 자주 사 오라는 전화를 했었다. 정말 순대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인지 딸내미가 첫돌이 지난 어느 날 저녁 남편과 순대를 먹고 있는데 딸내미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순대를 잡았다. 잡고 놀겠지 했는데 순대를 오물오물 잘 먹는 것이었다. 껍질은 뱉어내고 속의 당면을 어찌나 잘 먹던지 남편과 나는 놀라면서 신기하고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이래서 태교음식이 중요한 건지.


  그 뒤로도 지금까지 우리 딸은 순대를 잘 먹는다. 간도 잘 먹고 나를 닮아서 떡볶이도 좋아한다.


  그리고 마흔 중반에 자연임신으로 기적같이 생긴 둘째 아들내미도 임신 중에 입덧이 심했는데 임신 5개월까지 울렁거리는 입덧을 했다. 하루 종일 속이 울렁울렁. 토할 거 같으면서 안 하는 그런 입덧이었다.


  그런데 그 입덧 중에도 순대가 또 당기는 거다. 욕지기를 하면서도 먹었다. 역시나 둘째 아들도 두 돌 지나서 순대를 먹었고 네 살인 지금도 순대를 잘 먹는다.


  태교음식으로 한우만 먹었으면 집이 거덜 날 뻔했으니 수수한 음식을 잘 먹는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해야겠다. 흐흐.


  생각난 김에 오늘 간식은 순대로 결정.


  

내 사랑 순대와 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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