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4박 5일 중 네 번째 날 우리는 럭셔리 풀빌라 펜션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5시간여를 놀았다. 다행히 38도의 따뜻한 물이 계속 유지되어서 그나마 춥지 않게 놀았다. 하지만 저녁 8시, 9시가 되자 더 놀게 하면 왠지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아이들을 그만 놀게 했다. 대신 화장실 안에 있는 월풀욕조에서 조금 더 놀게 하고 목욕을 시킨 후 잠을 자게 했다.
물놀이를 열심히 하고 자서 그런지 아이들은 다음날 아침 조금 늦잠을 잤다. 마지막 날 여정도 저녁까지 여기저기 체험을 다니고 마지막 밤 비행기로 집에 돌아오기로 계획을 해두었다.
아침을 먹기 전 네 식구 모두의 체온을 재었는데 6살 둘째의 체온이 미열이다. 괜히 불안해서 30분마다 재었는데 계속 미열이긴 하나 열이 조금씩 오르는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밤에 열이 더 오를 수도 있으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제일 빠른 비행기로 집에 가기로 말이다.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예약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 취소를 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를 문의했다.
기존 표를 먼저 취소하지 말고 시간을 앞당겨 집에 갈 비행기표를 먼저 예약하란다. 그리고 난 후 다시 취소해달라고 전화를 하란다. 취소 수수료도 다행히 건당 천 원씩만 들어간다는 친절한 상담원분의 이야기. 코로나 거리두기 정책에 의해 다행히 건당 취소수수료가 천 원에 해당된단다.
11시 반 비행기 표를 다시 예약하고 기존 비행기표를 취소한 후 우리는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다. 렌터카도 반납하고 둘째의 카시트도 따로 반납해야 했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나는 아이들과 줄을 서서 수화물을 부치고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도 시간을 딱 맞춰서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는 집에 오는 비행기를 무사히 잘 탈 수가 있었다. 둘째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엄청 떼를 쓰고 울고불고하며 힘들게 했는데 다행히 집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조용히 왔다.
공항 근처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우리는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어찌나 좋던지. 럭셔리 풀빌라보다 우리 집이 제일 최고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 좋았는지 마냥 신나고 즐거워한다. 집에 오자마자 모두 다 깨끗이 씻고 자가진단키트를 해보았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고 미열이었던 둘째도 저녁이 되고 밤이 되자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급하게 집에 오느라 귤도 못 사고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간식도 못 사고 면세점에도 들리지 못해 아쉬웠지만 집에 빨리 잘 왔다는 게 그 무엇보다 제일 좋았다. 둘째가 열이 나고 또 밤이라 힘들어서 짜증을 내고 힘들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어우 소름이 돋는다.
여행은 역시 짧고 굵게 다녀오는 것이 최고인 듯하다. 특히나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사실 부모들에겐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라는. 쿨럭. 그래도 몇 년 만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은 좋긴 좋았다.
다음 제주도 여행 때는 예쁜 카페도 가보고 해변가에서 모래놀이도 시켜주고 바다를 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힘들지 않은 오름도 올라가 보고 싶다. 그때는 아들이 지금보다 많이 협조를 잘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