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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오아시스 마을, 시와

소금호수, 클레오파트라 샘, 요새, 파트나스 섬

by 소심천
12시간의 나이트버스

카이로에서 시와로 가는 12시간의 나이트버스는 Westbus라는 이집트 버스회사에서 운영하는데,

우리나라 일반버스보다는 좌석 간격이 훨씬 좁아서 꼭 2자리씩 예매해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와에 도착하면 오전 9시 정도이기 때문에 버스에서 숙면까진 아니더라도 잠을 최대한 자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2자리씩 예매를 하고 갔는데, 쾌적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수면유도제를 먹어선지 중간에 잠깐 깨더라도 20분이면 다시 잠에 들어서 시와에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좁은 자리에서 앉은 상태로 잠을 잘 못 자는 편인데, 이번 이집트 여행에서는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마다 잠을 잘 잔 것 같다.

이집트 여행은 이동이 8할이라 이동시간에 잠을 잘 자두는 것도 여행 컨디션 조절에 중요한데, 그래서 수면유도제나 멀미약을 넉넉히 챙겨 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버스 내부는 에어컨을 강하게 틀기도 하고 사막은 새벽에 추워서 겨울 아우터까지는 아니어도 후드티 같은 긴 옷을 챙겨두는 편이 좋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잠에 취해 정신없이 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멈춰 섰다.

아직 도착할 시간은 아니어서 밖을 보니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휴게소에 잠시 들른 것이었다.

음식이나 신발, 옷 등 다양한 용품을 살 수 있는 공간과 화장실이 다른 건물에 있는 휴게소였다.

버스 안에도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당연히 쾌적하진 않았고 내가 탑승했던 차량은 물 내리는 것도 고장이 나서 휴게소 화장실에 갔고, 현금으로 5 이집트파운드(150원 정도)를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는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앞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후에 여행을 다니다 보면 특히 음식점들에서 화장실 앞을 지키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보통 아이들인 경우가 많았는데, 처음엔 화장실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받으려고 있는 줄 알았으나

팁을 요구하지 않고 휴지만 쥐어주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나중에 지피티를 통해서 알아보니, 팁을 위해 있는 이들도 있는 게 맞지만

이집트의 공공화장실은 대부분 휴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 물로 세정하는 데 익숙하고,

부족한 위생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 휴지를 나눠주는 비공식적인 관리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이집트는 숙소든, 음식점이든, 공중화장실이든 변기 옆에 물을 뿌릴 수 있는 작은 호스가 늘 있었는데,

변기 세척용인줄 알았으나 볼 일을 본 후 물 세정을 위한 용도였구나 싶었고,

시와에서는 화장실 수압이 너무 약해서 그 호스와 샤워기를 같이 사용하면서 씻은 일이 나중에야 굉장히 찝찝하게 느껴졌다.

시와로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


오아시스 마을, 시와에 도착하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가 새벽 4~5시쯤 되었는데, 4시간 정도 더 달리다가 시와에 도착하였다.

시와 첫날 숙소를 사막에 있는 숙소로 예약해서 시와 시내보다도 좀 더 들어가야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행객들을 태우기 위해 많은 툭툭이, 택시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어도 있고, 어떤 기사님을 택하지 싶다가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오신 택시기사님을 간택하여 차에 탑승하였다.

사막이라 그런지 차 내부가 모래 투성이고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아 찝찝했지만

시와에 있는 2일 동안 머리 위 천막도 없는 툭툭이를 타고 다니면서 그때가 호강이었구나 싶었다.

숙소에 가면서 바라본 시와의 풍경은 기대했던 대로 아주 생소한 풍경이었다.

공기입자와 같이 부유하는 모래입자들, 그리고 모래로 지은 건물들 때문인지 동네 자체가 주황빛, 붉은빛의 톤으로 물들어 있는 듯했고, 사막에서 피는 꽃들과 아기자기하면서도 터프한 사막스러운 인테리어가 귀여운 가게들, 외부인에게 적대적이지 않고 호기심과 환영의 눈빛을 보내는 사막의 사람들까지 기대로 가득한 채 도착한 나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였다.

특히 이때 택시기사님이 틀어준 노래가 정말 이집트스러워서 재생목록에 추가해서 지금도 가끔 듣고 있는데,

Amr Diab의 'Nghamet El Herman'이다.


시와에 오면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투어 일정이 소금호수, 클레오파트라 샘, 파트나스 섬, 셸리 요새, 사막 투어 등이 있는데, 숙소에 가면서 택시 기사님이 오늘 본인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영업을 하시기 시작했다.

이런 투어들의 경우 보통 숙소에서도 이용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 따로 기사님을 알아보거나 예약을 하지 않고 온 상황이었고, 둘이 합해 1000파운드(30,000원) 정도면 나쁘지 않아 친구와 고민을 하다가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숙소에 도착해서 기사님이 관리자와 무슨 말을 주고받으시더니 슬픈 표정으로 짐만 꺼내준 뒤 돌아가려고 하셨다.

상황을 알지 못한 우리가 'No tour?' 라고 물어보자 다시 슬픈 표정을 지으시고 절레절레하시더니 가셨다.

아마도 숙소에서 따로 제공하는 투어가 있어서 돌려보내신 것 같다.

그 기사님과 함께였다면 2일 동안 툭툭이를 타면서 힘들게 돌아다니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기사님이 돌아간 뒤 체크인을 기다리면서 숙소를 구경하였다.

사막에 있는 시와 숙소의 사진


이집트에는 대체적으로 파리가 많은데, 시와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다.

방에 에어컨도 당연히 없고, 조명이 말도 안 돼서 방문을 열어둔 채로 짐을 풀고 준비를 하는데,

파리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2초에 한 번씩 손을 휘저으며 나갈 채비를 하였다.

밥 먹을 때는 거의 춤을 추면서 먹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파리가 달려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둥둥 뜨는 ‘소금호수’

바로 소금호수에 가서 수영을 할 예정이라 대충 짐만 놓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오늘의 투어 기사님 툭툭이에 탑승하였다.

시와는 이집트에서 방문한 어느 도시보다도 햇빛이 강렬하고 따가웠는데,

천막도 없는 툭툭이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든지도 모르게 수십 킬로를 타고 다녔다.

평소에 멀미가 심한 편인데 거의 엉덩이로 돌길에서 썰매를 타는 듯한 승차감에도 멀미를 한 적이 없어서 생각해 보니 사방이 뚫린 시야에 눈에 보이는 것과 승차감이 일치하여 그랬던 것 같다.


2~30분 정도 달린 후에 소금호수에 도착하였고, 여러 군데 스팟이 있었는데 우리의 기사 '말리'가 사람이 아직 별로 없는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겉옷을 벗고 친구와 소금호수에 들어갔고, 정말 듣던 대로 몸이 저절로 붕 떴다.

물이 너무 맑고 색깔도 아름다워서 평소 물에 겁이 있는 편인데도 두려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소금호수는 염분이 너무 많아서 물이 잘못해서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기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쓰느라 온전하게 즐기지는 못한 것 같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구와 번갈아가면서 사진을 찍어주고 조금 더 수영을 하다가 클레오파트라 샘으로 향했다.

시와의 소금호수


클레오파트라 샘

클레오파트라 샘은 수심이 7m 정도로 수영을 못 하는 나는 계단 쪽에 앉아있었고,

친구는 자유롭게 수영을 하며 소금호수에서 묻은 염분을 씻어냈다.

내가 수영을 하지 못해 계단 쪽에 앉아있는 듯하자 어떤 중동 사람이 본인이 도와주겠다며 다가오더니,

손을 잡아주고 깊은 물 쪽에서 발장구를 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처음엔 수상한 사람인가 싶어 의심하다가 다른 사람한테도 오지랖 넓게 '겁먹지 말고 들어가봐!' 라면서 조언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수영에 진심인가 보다 싶어 그 사람 손에 의지한 채 수영연습을 했다.

앞 쪽은 수심이 2m 정도여서 잠수를 잘하면 바닥에 발이 닿을 수 있는데,

그걸 도와주겠다며 내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갑자기 땅에 발이 닿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알려주는 대로 열심히 잠수하였다.

그러다가 지쳐서 앉아서 얘기를 했는데, 본인은 이집트 북서부 쪽에 위치한 '메르사 마트루'라는 해안도시에서 가이드를 하는데 시와가 고향이라 잠시 놀러 온 것이라고 했다.

메르사 마트루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바다 색깔이 아름다운 곳인데, 아직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나 친구가 어떻게 알게 돼서 시와에서 카이로로 돌아가기 전 하루 정도 들려 머물다 갈 계획이 있던 곳이었다.

정보가 많이 없던 상태였기에 그의 말을 관심 있게 들었고, 우리도 2일 뒤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자 본인은 중국인들만 가이드를 많이 했고 한국인은 거의 방문하지 않아서 한국인 가이드를 해보고 싶다며 본인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친구와 나도 어차피 그곳에 가면 바다 투어를 해야 해서 가이드를 구해야 했는데, 괜찮은 제안이라 가격을 먼저 물어봤지만 돈은 신경 쓰지 말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그때 우리의 시와 가이드 '말리'가 와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고, 믿을만한 사람인지 본인이 이야기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말리가 그는 믿을만하다며 왓츠앱 번호를 넘겨줬고, 이름이 '모하메드'인 메르사 마트루 가이드와 함께 잊지 못할 여행을 하게 된다.

클레오파트라 샘


수영을 마친 후 친구 그리고 말리와 샘에 있는 카페에서 'Siwi'라는 주스를 마셨는데, 고소하고 정말 맛있었다. 과일주스인데 커피도 들어가고 오직 이곳에서만 바나나도 넣어준다고 말리가 적극 추천했다.

여기서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과일주스 가게에 가 또 시켜 먹었었는데, 클레오파트라 샘에서 먹은 맛이 나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2개 장소의 투어를 마치고 씻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가면서 대추야자 이야기를 했는데,

말리가 갑자기 대추야자를 맛보게 해 주겠다며 가는 길에 툭툭이를 세우고 야자수에서 대추야자를 몇 개 따더니 우리에게 주었다.

시와는 민심이 좋아서 이렇게 대놓고 대추야자 서리도 허용해주는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말리네 어머니네 가든이었다.

방금 딴 대추야자는 기대했던 대추야자의

맛과는 다르게 작은 고구마를 먹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단 맛이 많이 나는 고구마?

집에 가서 대추야자를 한 팩이나 꺼내서 더 갖다 주었다.

이때 받은 대추야자는 여행 내내 갖고 다니다가 더위 때문에 나중엔 거의 물이 돼서 몇 개 먹지도 못하고 처분하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내친김에 가든 구경도 시켜주겠다고 해서 안에서 히비스커스와 올리브 등 재배작물을 구경하였다.

말리가 따 준 대추야자와 말리네 가든


숙소에 가서 씻고 다시 투어를 하기 위해 나왔다.

수영을 해서 몰랐던 건지 옷을 제대로 입고 나오자 사막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천장이 없는 툭툭이를 타고 다니니까 당연하다.


셸리 요새와 사막의 향수

다음 목적지인 셸리 요새를 가는 길에 말리가 본인 친구의 가게라며 어떤 기념품점 같은 곳을 데리고 갔다.

타성에 젖은 여느 투어 가이들과는 다르게 친절하고 또 투어지에서 충분한 시간을 주며 본인이 여행하듯 여유롭게 다니는 말리에 마음이 풀어질 때쯤, 역시나 이런 곳에서 강매를 요구하는건가..!라는 의심을 품은 채 가게에 들어간 것이 무색하게 말리는 우리를 방치한 채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담배를 피우며 쉬는 듯 보였다.

친구는 스카프를 사고 싶어 했어서 스카프와 머리에 쓰는 중동 느낌의 두건을 구경했고,

나는 기념품병에 걸렸던 지난 여행들을 반성하고자 기념품을 절대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게 안에 놓여 있는 중동, 그리고 사막스러운 용품들에 애써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가게 안을 활보하고 있었다.

워낙 결정을 잘 못하는 친구가 나와 말리, 가게 주인, 그리고 어떤 스카프를 살 지 고민하는 두 프랑스 여성들에게까지 본인한테 뭐가 더 어울리는지 의견을 구하고 다니면서 몇십 분씩 시간을 보내는 사이

밖이 너무 뜨거워서 오히려 가게 안에서 햇빛을 피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에 고체 향수가 눈에 들어왔다.

향수는 이집트 여행에 와서 중동스러운 느낌으로 하나 사고 싶은 생각이 있긴 했는데, 향이 좋은 것도 많고 가격도 50g에 100파운드(3,000원)로 합리적이어서 3개 정도 구매를 하였다.

여행 초반이어서 이때는 기념품 구매를 자제했는데, 나중에 방문한 이집트 도시들은 관광화된 곳이 많아서 이 때 고체향수를 더 살 걸 하는 후회가 들기는 했다.

웰컴티와 기념품 가게


가게 구경을 마치고 더위를 먹어서인지 배가 고프지 않아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어서 요새와 파트나스 섬에 선셋을 보러 가기 전 시간도 조금 비어서 밥을 먹으러 갔다.

시와 그 자체인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쁜 인테리어의 식당에 데려가 주었는데, 알고 보니 말리 어머니네 식당이었다.

말리는 가이드를 취미로 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짧은 시간이더라도 그가 보여준 여유로운 태도가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시와 자체가 마을이 작고 사람이 많지 않아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일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말리와 여행하는 2일 동안 어딜 가든 누군가와 인사하고 있는 말리를 보며 말리 유니버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메르사 마트루에서 가이드를 해준 모하메드한테 듣기로 본인도 말리와 대화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지만 그를 알고는 있었다고 했고, 시와에서 낙타고기를 먹었다고 하니까 바로 'Ola?' (우리가 이때 방문한 말리네 어머니 음식점)이라고 물은 걸 보니 시와는 말리 유니버스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견고해졌다.

말리네 어머니 음식점 ‘Ola' 와 먹은 음식들


올라에서는 낙타고기와 그린 샐러드, 그리고 친구가 궁금해했던 디저트를 먹었는데 옴 알리? 라고 했던 것 같다. 낙타고기는 향이 너무 세서 난 한 입밖에 먹지 못하였고, 친구는 맛있는 건 아니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꽤 먹었다. 고기 자체는 매우 부드러웠다.

그래서 난 샐러드 밖에 거의 먹지 못했는데 이 때는 더위를 먹어서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디저트는 시리얼과 빵의 중간쯤 되는 무엇을 우유에 한참 적셔서 먹는 맛이었는데, 그렇게 맛이 있지도 못 먹을 정도도 아니었다.


셸리 요새

밥을 다 먹은 후, 셸리 요새에 올라가서 시와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친구가 경치를 보면서 저기 보이는 물이 나일강이냐고 말리에게 물었다가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을 받았다.

친구야 여기 사막이야. 우리 카이로에서 12시간 버스 타고 온 거 기억 안 나니.

나일강은 여기서 500km 넘게 떨어져 있다고 늘 친절하고 온화한 태도로 우리를 대했던 말리가 싸늘함이 살짝 묻은 말투로 대답했던 것 같은 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셸리 요새 전경


파트나스 섬

다음 일정으로 선셋을 보기 위해 파트나스 섬으로 갔다. 선셋을 보며 친구, 말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해서 영어를 잘 하지만 난 그 정도는 아니라서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시와에 대한 소개, 설명 그리고 역사적인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던 것 같다.

시와에는 원주민을 비롯한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그런 내용.

나중에 아부심벨 신전을 위해 방문할 아스완이라는 도시도 누비안이라는 원주민이 아직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아스완이 떠오르는 얘기였다.

파트나스 섬의 선셋


원래 다음날은 시와 시내를 구경하며 한적하게 돌아다닐 계획이었는데, 이때 말리가 이런 남들 다 방문하는 곳 말고 본인이 아는 섬이 하나 있는데 관광객도 거의 없고 아름다워서 가보겠냐고 제안을 했다.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인지 구글맵에도 사진이 별로 없었고, 아무리 오늘 친절하고 별 일 없이 여행을 했어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참된 자세이기 때문에 친구와 심도 있는 고민을 하다가 사실 다음날 계획이 없는 건 맞아서 결국 제안에 응하게 되었다. 이럴 거면 경계하고 의심했다고 하지 말아야 하나 싶다.

가고 싶던 카페가 있어서 낮에 들렀다가 3시쯤 말리가 말한 섬에 가기로 하고 다시 숙소에 데려다주었다.


말리가 사준 아이스크림


가는 길에 말리가 아이스크림도 사주었다.

본인이 살 게 있어서 가게에 들렀는데, 아이스크림 사줄까?라고 물어보자마자 해맑은 내 친구는 사양도 없이 바로 좋다고 했고, 나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와 시내에 돌아가서 저녁식사를 하기가 애매할 것 같아 파트나스 섬에서 말리가 숙소에 전화해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말해놨었고, 사막에 있는 식탁에서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는데 바로 옆에 있는 단체 테이블에 한국인들이 여러 명 있었고, 다 같이 패키지로 온 건지 동행을 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와 대비되게 한국어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알고 싶지 않음에도 귀를 파고들어 피곤하게 하였다.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추석 시즌이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한국인을 중국인 다음으로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나는 여행을 하는 목적 중 하나가 원래 있던 곳으로부터 모든 면에서의 전환인데,

그렇게 중간중간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와 문화는 어쩔 수 없는 건 맞지만 내가 직접 그리는 나의 새로운 세계를 후 불어서 흩뜨려 놓는 듯한 기분에 썩 유쾌하지는 않다.

같은 한국인이면서 웃긴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그게 내가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하나의 취향으로 적어도 나 스스로는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막의 모래를 밟으며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있는 온천에서 반신욕을 한 뒤 씻고 잠에 들었다.

수압은 물 칠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고, 잠들 땐 더워서 이불도 덮지 않고 반팔에 반바지만 입고 잠에 들었는데, 밤엔 너무 추워서 정말 따뜻한 옷과 이불을 준비해 둔 뒤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숙소 앞 사막의 식당과 저녁식사


그렇게 시와에서의 첫째 날 밤이 유독 반짝이는 사막의 별들과 함께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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