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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Mar 21. 2017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보고 싶다는 너의 말에 놀라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근데 갑자기 왜….”

  “보고 싶으니까.”


너의 엉뚱한 말에 피식 웃고는 말았다. 


  “나도.”


내 대답에 냉랭히 울리는 너의 목소리.


  “내가 그렇게 대답하지 말랬지.”


보고 싶단 말에 정답이 있었던가. 

연애라는 게 언제부턴가 문제풀이가 돼가고 있었다. 지금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너와의 관계에 있어 다른 문제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심오하고 어려운 문제에. 분명 넌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을 알려줬으리라. 하지만 기억나질 않는 걸.


  “그럼?”


네가 크게 한숨 쉰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 오빠도 보고 싶다고 해야지. 오빤 나 안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래서 나도라고한건대….”


다시 한 번 한숨이 넘어온다. 


  “됐어. 끊어.”


제멋대로 끊어져버린 전화를 잠시 멀뚱히 바라본다.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군. 다행히 이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자 다시금 벨이 울린다. 너였다.


  “보고 싶어.”


뜬금없는 너의 말에 내가 답한다.


  “지금 갈게. 어디야?”


그제야 네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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