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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Nov 14. 2017

안녕. 나의 작은 카페들아


최근 집 근처에서 작고 예쁜 카페 하나를 찾았다. ‘이솝’이라는 예쁜 이름 가진 카페는 커다란 가게들 틈바구니에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테이블도 고작 세 개만 있어 공룡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정말 병아리 같은 곳이다.

이솝은 흔히 있는 무선 인터넷도 없다. 있는 거라곤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그리고 조용함뿐. 그래서 이솝에 가면 잔잔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노트에 이것저것 끄적여 본다. 이도 여의치 않을 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청승을 떤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꼬마전구들이 환하게 켜질 때면 언제나 발걸음이 느려진다. 


  ‘잠깐 들렀다 갈까.’


매번하는 고민이 지겨울 법도 하건만 가게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스스로를 달래 주지 않고는 지나치기 힘들다.


이솝을 좋아하는 게 된 건 커피 맛이 좋기 때문은 아니다. 내게 카페를 선택함에 있어 음료의 맛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커피 맛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조용한 분위기, 그거 하나면 된다. 그래서 맛 좋기로 소문난 유명 프랜차이즈도 내 기준에서는 그리 좋은 카페는 아닌 셈이다. 


이런 분위기의 카페들은 대부분 사람이 없다. 많아야 나를 포함 두세 명이 전부다. 이솝에서는 아직까지 나 말고 다른 손님을 만나본적 없다. 그러니 이솝을 좋아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카페 고르는 취향이 이렇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하나 있다. 사람이 많아야 할 곳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곧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가 단골로 다니는 카페들은 곧잘 없어진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문 닫은 단골카페가 못해도 대여섯은 되는 거 같다. 


얼마 전에도 자주 가던 카페 한 곳이 문 닫았다. 예쁘지는 않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괜찮은 곳이었다. 

오랜만에 책이나 읽자고 카페를 찾았는데 있어야 할 카페가 없자 허탈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카페에 대한 아쉬움보다 나 때문에 문 닫은 것만 같아 미안함이 먼저 들고는 한다. 고작 카페 하나 사라진 것뿐이지만 그간 정 붙였던 마음 둘 곳 없어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쯤 하니 내가 다니는 카페는 곧 문 닫을 카페라는 공식이 세워진 것 같다. 친구들도 내가 새로운 카페를 발견했다 말하면 “왜? 거기도 곧 망한대?”라며 놀린다. 영 틀린 말도 아니라 반박도 못하고 웃어넘긴다. 이 사실을 주인들이 몰라 망정이지 알았다면 어느 카페고 날 그리 반기지 않으리라. 

지금 앉아있는 이솝도 언제 없어질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단골로 죽치고 있으니. 


사라진 나의 단골카페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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