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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Feb 15. 2022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바꿀지 모르겠다면

스트레칭부터

      


해가 바뀌고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세운 여러 가지 계획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스트레칭을 매일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계획이 흐지부지 되거나, 겨우 숨만 간당간당 붙어 있지만, 스트레칭을 하겠다는 계획은 굳건하게 지켜내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음 수영장이나 필라테스 센터에 다녔을 텐데, 코로나 덕분에 집에서 하는 홈트에 눈을 떴다.


여러 가지 운동을 알아봤지만, 미접종자가 할 수 있는 운동은 밖에서 뜀박질을 하거나, 홈트를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달리기는 날씨의 제약이 심하고,  홈트도 난이도와 시간이 다양하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 의지 박약아에게는 스트레칭이 딱 맞았다. 일단 쉬워야 매일 하게 되는데, 스트레칭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쉽다는 거다.


쉽지만, 나를 바꾸기에 스트레칭만 한 운동은 없는 것 같다. 몸이 찌뿌듯하면 마음도 찌뿌듯해지기 십상인데, 스트레칭은 구겨진 몸과 마음을 펴 주는 좋은 도구이다.


운동을 하려니 돈도 부담이고, 시간도 부담이고, 코로나도 부담인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유튜브의 스트레칭을 검색해서 켜고 바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반드시! 유튜브를 틀어놓고 선생님의 박자에 맞춰서 해야 한다.


혼자서 하게 되면 힘든 동작은 짧게 하고 대충 넘어가고, 힘들지 않은 동작만 계속하게 된다. 혼자서 하는 스트레칭은 기지개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기지개라도 하는 것이 백번 낫기는 하지만, 유튜브를 틀어놓고 선생님을 따라서 제대로 하는 스트레칭에는 효과가 영 못 미친다.


이제 50일 정도 매일 했더니 습관이 됐는지,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오후를 맞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유튜브 선생님이 혼내기라도 할 것처럼 “어서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인다. 스트레칭 시간은 20분을 넘기지 않지만, 그 20분을 하루에서 빼내는 것은 결심이 필요하다.  


스트레칭을 하기로 결심하고, 20분을 채우고 나면 은근한 성취감마저 차 오른다. 내가 내 몸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했구나, 나는 나에게 잘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부심이 스멀스멀 차 오른다.


스포츠 센터를 다니면 회원권 비용 외에도 운동복도 사야 하고, 운전해서 가면 기름값도 든다. 또 거기서 맺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한때는 사람과 교류하는 재미를 누리기 위해 스포츠 센터를 다니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부질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3년간 매일 만나서 운동하고, 밥 먹고, 술 마시던 수영 회원님들은 지금 잘 살고 계시겠지...


힘이 안 들어도 운동이 된다는 게 스트레칭의 매력이다. 스트레칭은 끝나고 나서도 별로 힘들지 않아 바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


체력과 근력이 타고나길 약한 나는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근육 운동을 하고 오면 거의 하루 반나절을 그냥 보내게 된다. 기진맥진 해져서 집에 오면 널브러지기 일쑤다. 스트레칭은 그럴 염려가 없다. 가뿐하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  근육량이 늘어나는지, 살이 빠지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몸의 변화는 확실하게 느낀다. 하고 나면 허리도 안 아프고, 어깨도 시원해진다. 내가 내 힘으로 나에게 마사지를 해 주는 느낌이다. 유튜브 스트레칭 선생님도 스트레칭은 셀프 마사지라고 하셨는데 십분 공감한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물리치료라고 해 준 것도 사실은 스트레칭이었다. 태국 언니에게 한 시간 동안 받는 마사지도 사실은 고도화된 스트레칭이었다. 물리치료나 태국 마사지도 상황에 따라 이용해야 하지만,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데, 기운이 없고 기분이 처지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칭을 하는 것 만으로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태국 마사지를 받고 났을 때의 기분을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루 20분씩 몸을 쭉쭉 늘리다 보니 나무토막도 울고 갈 뻣뻣한 내 몸에도 유연성이라는 게 생겼다. 몸무게, 근육량, 지방량은 인바디를 측정해서 수치로 보이는 것이지만 유연성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어제는 90도까지 벌어졌던 다리가 오늘은 100도까지 벌어지고, 어제는 아무리 팔을 뻗어도 닿지 않았던 발이 오늘은 최대한 뻗으니 발가락은 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매일 유연해지다가는 언젠가는 발레리나처럼 다리가 찢어질지도 모른다는 신나는 상상도 해 보게 된다.


구겨졌던 내 마음과 몸을 펴는데 드는 준비물은 스마트폰과 20분의 시간이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해야 앞으로 나아갈지 모르겠다면 우선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보자. 내 몸을 일으키고, 내 마음을 일으킬 사람은 결국 나 자신 밖에 없다.


내가 내 몸을 주무르며 '나는 잘 하고 있다' '나는 잘 할 수 있다'며 매일 말 해 준다면 정말로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스트레칭을 하며 내 몸과 마음에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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