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식당을 권함

대학 포기는 잘한 일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나는 딱 한번 알바를 해봤다. 신문배달이었다. 그것도 겨우 한 달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리고 집에 오면 7시쯤이었고, 자느라 수업을 못가서 그만두었다. 의지는 지지리도 없던 스물한살이었다. 남자들의 흔한 청춘의 알바라는 노가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우유배달과 경비일이 직업의 거의 전부였던 아버지였지만, 나에게 알바를 해서 쓸 돈은 벌라는 소리를 안 하셨다. 그 배려 덕에 나는 여전히 세상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할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컨설팅이라는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참으로 비루하게 살았을 인생이다.



둘째가 스무살이 되어 집을 나갔다. 친구와 자취를 한다면서 의정부로 올라갔다. 야간 PC방 알바를 며칠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혼자서 120대의 PC방을 지키고 라면같은 걸 해주는 일이었는데 혼자라 심심해서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도 생각중이라고 했다. 오는 건 상관없는데 하루 8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알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재수를 하던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말이 없다.



집 근처 족발집에 알바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주 6일, 2시부터 8시까지 일하는 조건이란다. 200쯤 벌 거 같다고 좋아했다. 한달이나 제발 채우고 그런 소리를 하라고 괜히 아내에게 짜증을 냈다. 아내는 상대적으로 20대 때 알바를 많이 한 편이었고, 결혼 후에도 참 많은 알바를 했기에 괜히 미안했다.

아들이 다니는 족발집은 그냥 동네의 족발집이다. 유명 체인도 아니고, 대형 규모도 아니다. 그런데 매출이 1.5억이 넘는다고 했다. 직원과 알바를 포함해 16명이 일한다고 했다. 족발을 원래도 좋아했는데 짬짬이 주워먹는 족발이 벌써 물렸다고 했다. 사장님은 알바들에게도 잘 먹이는 편이라고 했고, 시급도 그래서 천원이라도 더 준다고 했다.



금쪽같은 아들이지만 나는 나처럼 크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금쪽이로 배려해주신 부모 덕에, 돈 버는 일에는 굉장히 무능했다. 마흔이 다 될 때까지 부모의 등골을 빼먹었으니 한심하다. 아내의 30대를 남의 가게 알바로 보내게 했으니 참 부끄럽다. 그래서다. 그래서 나는 금쪽같은 둘째를 돈으로 지원할 마음이 없다.



나는 아들이 대학을 가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뭔가 멋진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가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 아들이 작은 식당을 차리길 바랄 뿐이다. 녀석이 직접 작은 식당을 차려달라기를 희망한다.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경험이 쌓인 20대 후반쯤 자신이 모은 돈이면 좋고, 설사 아니더라도 경험이 익었다 믿을 정도라면 기꺼이 식당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그만큼 식당은 좋은 직업이다. 돈 버는데 식당만큼 빠른 동아줄도 없다. 인생역전에 식당도 빼놓을 수 없는 재료라는 걸 나는 수없이 봤기에 아는 탓이다. 나이 50이 넘어 시작한 '양수리한옥집'과 '오늘부터 애간장'을 봐도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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