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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한 명,은 빼라

그 손님은 동수다.

by 타짜의 클리닉

11장. 손님 한 명은 유령이다.

이걸 실천하면 메뉴는 여러개여도 된다. 그렇다고 10개 넘기자는 말은 아니다. 메뉴는 적을수록 좋다. 재료 관리에 좋고, 주방 인건비에도 큰 도움이다. 어차피 메뉴가 10개라도 거리의 식당을 따지면 그 메뉴가 안전한 건 아니다. 거리의 수백개 식당이 걱정이고 위협이라면 메뉴는 최소 4~50개여야 방어가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두세개나 많아야 서너가지다. 그 이상은 있으나마나다.



10장에 설명한 강경칼국수처럼 해물칼국수 한 가지는 아니지만, 바지락칼국수와 수제비를 팔 수도 있고 거기에 칼제비로 꾸면서 팔아도 어쩌면 온리원 식당이긴 하다. 또 아주 쉽게 순한맛과 매운맛으로 구분해서 메뉴를 늘릴 수도 있다. 해물칼국수(매운맛, 순한맛) 해물수제비(매운맛, 순한맛) 해물칼제비(매운맛, 순한맛)이면 6개의 메뉴로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여의 칼국수집이 이런 식이다. 된장칼국수(수제비) 고추장칼국수(수제비) 들깨칼국수(수제비) 이렇게 6가지를 파는 삼척수제비도 이 범주에 속한다.



줄 세우는 대전의 어떤 칼국수집은 부추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 그리고 보쌈으로 판다. 칼국수는 재료가 다른 2가지고, 칼국수 외에 것도 포함해 총 3가지다. 이런 3가지도 단단하다. 게다가 테이블단가가 높아지는 효과까지 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이런 구성이 좋다는 쪽이다. 여럿인 손님일 때 보쌈까지 함께 주문하게 한다면 매출은 당연히 강경보다 낫다. 강경은 무조건 13,000원 * 인원수니 말이다.



모르겠다. 강경에서 4명인 손님이 “우리 3인분 시켜도 될까요? 여긴 양이 많잖아요” 이럴 때 주인이 어떻게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친절한 주인을 본 경험상 어쩌면 흔쾌히 그러라고 할 듯은 하다. 하지만, 메뉴판이나 실내 어디에도 그게 가능하다는 문구는 없다.



손님 한 명은 유령이다. 3명일 때 한 명, 4명일 때 한 명이 없다고 생각하란 소리다. 그럼 인원당 먹는 1인분 가격이 싸진다. 이게 핵심이다. 강경에서 이걸 쓰면 3명이 26,000원을 쓰게 된다. 1인당 9천원에 먹는 셈이다. 둘이 먹으면 13,000원이지만 한 명이 보태지면 4천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손님이 그걸 경험한 순간, 그 집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13,000원짜리를 9천원에 먹을 수 있으니 더 긴 줄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강경은 그럴 이유가 없다. 그렇게 팔지 않아도 손님은 원없이 전국에서 찾아오니 말이다.



이미 자리를 잡은 전국구 식당은 정인분으로 제대로 팔면 된다. 전국구는커녕 동네 골목에서 1등이라도 해보려는 식당에게 하는 소리다. 이걸 쓰면 골목 1등은 쉽고, 잘하면 동네를 접수할 수도 있다. 물론, 그만한 맛이 갖춰져야 한다.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잘 배운 맛있어야 한다.



이제 막 차린 식당인데 칼국수가 13,000원이라면 손님이 쉽게 문을 열까? 아무런 정보도, 들렀던 경험도 없는데 가격표를 보고 놀람없이 주문을 할까? 아마도 열에 아홉은 “무슨 칼국수를 13,000원이나 받냐?”고 핀잔하면서 일어나 나갈 것이다. 지금껏 내가 만든 식당들이 대체로 그랬었다.



“양이 많아서 3명은 2인분, 4명은 3인분만 주문하세요”라고 메뉴판 앞머리에 써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명이 2인분이니 26,000원이고, 4명이 3인분이니 39,000원이다. 1인당 만원이 안된다. 시켜볼만 해진다. 궁금하기도 하다. 왜 칼국수가 13,000원인지 일단 들어왔으니 확인이나 하자고 앉는다.



그때 보여주면 된다. 강경처럼 푸짐하게 해물을 넣을 수는 없어도, 근방의 8~9천원짜리 칼국수보다는 푸짐하게 내줄 수 있다. 그 가격대에 비할 바가 못 되게 얼마든지 담을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옆집에서 주는 1.5분을 우리집 1인분이라고 규정하면 해결이다. 그럼 사실 9천원짜리나 별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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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1인분 3개를 모은 3인분의 양과 1.5인분 2개를 모은 2인분의 양은 분명히 다르다.

9천원짜리를 3명이 먹고 내는 27,000원과 13,000원짜리를 2인분만 시키고 26,000원을 셋이 나누는 건 확실이 다르다.

정인분으로 3명이 다 그럭저럭 먹은 3인분과 1인분을 빼고 시킨 2인분인데 3명이 먹을만한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다.



이 다름을 알면, 인정하면, 신뢰하면, 동수론을 쓰지 못할(안 할) 까닭이 없다. 나는 이걸 우연히 깨우쳤고 그 뒤로 승률이 8할이나 될 수 있었다. 이 장사론을 쓴다면 강경 옆에 칼국수집을 차려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강경만큼 주고, 강경과 같은 가격이라면 짝퉁이긴 하지만 내 식당을 찾는 손님도 분명 있을 수 있다.



농담으로라도 강경을 꺽자,고 설명하는 게 아니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이 장사론을 쓰면 꼭 한 가지를 파는 온리원 식당이 아니더라도 된다는 뜻이니 곡해는 사절이다. 확실히 고백하지만 나는 이걸 컨설팅에 적용한다. 이걸 마다하는 의뢰인은 돕지 않는다. 동수론을 쓰면 1인분 가격을 경쟁자보다 더 비싸게 매길 수 있다. 비싸지만 1인분이 다른집 1.5인분이니 손님은 손해가 없다. 오히려 인원수를 따지면 다른집보다 싸게 먹는 셈이다. 단지 불편한 건 2명일 때 뿐이다. 2명은 배가 부르지만 어쩌든 비싼 건 사실이다. 그걸 극복해야 한다. 그걸 극복하면 골목을 넘어 동네 1등까지 노릴 수 있다. 2명 손님에게 밀리면 골목 1등은 고사하고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평균적인 흔한 식당이 될 뿐이다.



2명인 손님이 비싸다고 생각되면 한 명을 더 데리고 온다. 그렇게 셋이 먹는다. 주로 셋인 손님들은 기어이 넷으로 맞춰서 온다. 그래야 손해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손해가 없이 먹은 셋이나 넷은 둘보다 소문을 멀리, 빠르게 내준다. 한가지만 파는 식당은 그래도 곳곳에 있다. 하지만, 1인분을 빼라고 권하는 식당은 오직 내가 만들었던 식당들 뿐이다. 그래서 이 파괴력이 더 강하다. 아무도 무기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50312_153016703_12.jpg 2명이 3개를 시킬 확률은 아주 드물다. 그런데 오히려 반대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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