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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시골로 출근

4시간만 문 여는 구멍가게

by 타짜의 클리닉 Mar 24. 2025

14시골로 출근하자.     

그곳도 대전시 중구로 속한다. 하지만 그냥 마을로 보자면 시골이다. 차가 많이 다니는 시골길이다. 엄청은 아니지만, 이미 근처에 카페도 두어개고 식당도 새로 생겼다. 이정도면 딱이다. 적당히 벌어먹기 좋고, 소문도 어느 정도 퍼질만한 자리다.     



사실 그 길은 여태 몰랐던 길이었다. 대전 동물원(오월드)으로 좌회전을 해야 했는데 별 생각없이 직진을 했고, 그 길을 따라가니 카페가 나오고 식당이 새로 오픈한 것도 알게 되었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었다. 봄이 되면 나무의 색도 달라질 것이고, 나뭇잎에 꽃들도 만개할 멋진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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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처럼 보이지만 도시의 주소를 쓰는 곳도 좋고, 시골 주소지만 도시 근처여도 된다. 50이 넘어 차리는 가게니 번잡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식당이라고는 태어나 처음이니 차라리 그런 곳이 좋다는 말이다. 게다가 투자비도 적을 것.이 핵심이다. 투자비가 적으려면 이미 판매점으로 사용중인 곳이 좋다. 식당보다 식당이 아닌 판매점, 바로 슈퍼다. 구멍가게다.      



카페 숙덕숙덕을 지나면 맞은편에 금산슈퍼가 있다. 볼 적마다 끌린다. 허름한 구멍가게가 그 위치에서 참 자연스럽다.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이라고 있어본들 하루 몇 명이나 될까 싶지만, 나는 그런 곳에서 라면을 팔고, 제육볶음을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구멍가게를 빌린 식당 운영이다. 매출의 비중은 식당으로서가 8이다. 구멍가게 매출은 2 정도면 된다. (물론, 그러자면 영업신고가 가능해야 한다)     



시골길에 작은 구멍가게 월세가 얼마나 될까? 100은 어림도 없다. 만일, 그걸 달라면 포기하면 그만이다. 시골 구멍가게로 사용중이니 거기에 인테리어를 하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일부러 구멍가게를 구했는데 그걸 왜 손을 대야 하는가? 그냥 그대로 놔두면 된다. 테이블이 적어도 된다. 가게 밖에서 먹으라고 해도 오히려 재밌어 할거다. 4인석 테이블이 아니어도 된다. 구멍가게 좌판에 걸쳐 먹으라고 해도 그것 때문에 올지 모른다.      


금산슈퍼를 지나 외길을 타면 산서휴게소,라는 구멍가게가 있다. 그곳도 끌린다. 하지만, 카페 2개가 건너편에 있는 금산슈퍼가 더 딱이다. 보다 안전하다. 나는 고약한 입지를 선호하는 것이지, 사악한 입지까지 괜찮다는 쪽은 아니다. 태생이 새가슴이라 그럴 배짱은 1도 없다.      



2층 양옥집은 거의가 구축이다. 현재의 상가주택들은 거의가 3층이다. 그래서 구축 양옥집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시골로 출근을 결정한다면 집은 아파트여도 된다. 출근은 (일테면) 금산슈퍼다. 대신 저녁장사는 포기해야 한다. 시골길은 깜깜하다. 무섭기까지 하다. 위험은 당연하다. 점심이 긴 낮장사를 하고 퇴근해야 한다. 점심이라고 메뉴가 확 달라질 것은 없다. 저녁의 주물럭이 술안주라면, 점심은 제육볶음으로 충분하다. 이거나 저거나고, 그거나 이거나다. 중요한 것은 1인분에 15,000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자면 고기가 불패다.      



금산슈퍼같은 가게를 빌릴 수 있다면 그땐 굳이 2층 양옥집이 필요치 않다. 시골로 출근하면 된다. 소문은 확실히 더 빠를 게 분명하니 그런 선택이 꽤 의미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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