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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그 집(엔) 레시피가 없다

1편, 줄 서는 냉면집 창업레시피

by 타짜의 클리닉

줄 서는 그 집, 레시피는 없다.

많은 창업자들이 레시피에 목숨을 건다. 레시피 하나를 구하려고 많은 돈을 쓴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 만사가 해결된다고 착각한다. 식당장사는 오직 맛이면 끝난다는 확신은 도대체 누가 심어줬는지 따져묻고 싶다. 당신이 자주 가는 단골?식당을 생각해보자. 얼마나 맛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자.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지만 주차장이 열악하다. 그래도 간다.

주인이 사납고 고자세로 손님 알기를 우습게 알지만 그래도 간다.

가격이 갈 적마다 오르고 이유도 밝히지 않지만 그래도 간다.

갈 때마다 후회(불편, 고압적)를 하지만 그래도 맛 때문에 가곤 한다.


필자인 나는 주차장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주인이 살가워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가격은 터무니 없지 말아야 하고, 많이 먹으면 눈치껏 보상해주는 그런 집을 단골로 간다. 맛은 끝내주는데 주차장이 힘들면 가지 않는다. 맛은 죽이지만 주인이 안하무인 멋대로면 가지 않는다. 가격은 싸지만 비위생적이면 가지 않는다. 맛은 있는데 여러 가지를 팔면 가지 않는다. 가깝지만 일손이 적은 집도 가지 않는다. 입은 맛있지만 눈이 실망이면 가지 않는다.


이처럼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맛보다는 더 많은 다른 이유로 그 집을 찾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절대 맛만 가지고서는 손님을 줄 세울 수 없다. 어쩌다 한번 인증샷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로 줄을 설 뿐이다. 그날 따라 그런 사람들이 많았을 뿐이다. 1년 내내 그렇다고 해도 부러워할 것 없다. 당신이 가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도 가지 않다고 믿어야 한다. 당신은 앞으로 주인맛집이 되어야 한다. 그게 살 길임을 명심해도 억울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20250614_132751.png 냉면 고명의 틀을 깨지 못하면.....오직 맛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1편. 줄 서는 냉면집창업, 레시피

냉면은 만들기 어렵다. 쉬울 거 같지만 어렵다. 누구나 떡볶이를 만들고, 라면을 끓일 줄 알지만 그걸 식당으로 차려서 돈벌기 어렵듯이 냉면집으로 식당을 차리는 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수천만원에 레시피를 거래하는 것도 사실이다.



냉면은 여름에 매출이 무섭다. 물론, 그만한 끌림이 있는 냉면집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한때 삼대냉면 10평 가게에서 하루 3백그릇씩 팔아내는 것도 몸소 지켜봤었다. 괜히 돕는다고 뛰어들었다가 하루만에 몸살 나흘을 겪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냉면집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겨울 탓이다. 겨울엔 냉면은 일절 팔리지 않는다. 하루에 10그릇도 팔지 못한다. 그래서 냉면집 창업을 주저한다.



생각을 바꾸면 별거 아니다. 냉면이 팔리시 시작하는 것이 3월부터다. 그리고 10월까지는 어찌어찌 팔고, 11월부터는 썰렁해진다. 조금 더 양보해서 10월부터 내리막이라고 쳐도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을 팔 수 있다. 그 7개월에 몰아서 판다면 어떨까? 그저 그렇게가 아니라 아주 많이 팔아낸다면 어떨까? 겨울은 문을 닫아도 될 정도로 7개월 매출이 높다면 어떨까? 겨울에 한두사람만 쓰고, 그 인건비는 나올만큼만 다른 메뉴로 팔아서 버틴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면 냉면집은 유레카가 될 수 있다.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크루즈 여행하는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7개월 더위에 냉면 매출이 압도적,일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압도적이 되는 데는 주인의 결정만 있으면 된다. 오직 냉면만 파는 거다. 갈비탕, 육개장 이런 걸 같이 팔지 않는거다. 오직 제대로 된 냉면 한그릇만 만들어 팔겠다는 각오로 덤빈다면 그 블루오션이 보일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냉면집 레시피는 물냉면도 팔지 않기다. 굳이 물과 비냉을 구분해서 팔 이유가 없다. 물냉에 육수를 덜어내고 양념을 듬뿍 올리면 비냉이 된다. 반대로 비냉에 육수를 두컵쯤 부으면 물냉이 된다.



물냉과 비냉에서 더 어려운 음식이 물냉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물 자체를 맛나게 만드는게, 양념장 만드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가본 식당에서 물냉을 잘 시키지 않는다. 실패할 염려탓이다. 그나마 비냉은 평타는 치더라는 경험치가 있어서 그걸 시킨다. 그렇다면 애초에 물냉은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짬뽕을 만들기 어려워 자장면만 파는 집이 되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비냉에 들어갈 양념장 하나만 확실히 배우자는 각오면, 줄서는 냉면집창업 레시피는 출발할 수 있다.



간판에 “물냉면은 팔지 않는 냉면집”이라고 적는거다. 그리고 비냉 한가지만 팔자. 그리고 물냉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양념을 적당히 덜어내고, 냉육수를 두컵 부으시면 물냉이 됩니다”라고 먹는 법을 알려주면 그만이다. 이때 중요한 건 또 있다. 그냥 비냉은 가성비가 없다. 정통 함흥냉면처럼 승부해서는 안된다. 진주냉면처럼 푸짐한 고명이 필요하다. 꼭 진주냉면처럼 육전이 아니어도 좋다. 흔한 코다리여도 된다. 아니면 초계국수처럼 닭살을 찢어서 올려도 된다. 그 개념은 짬뽕에 올라간 해물로 이해해야 한다. 해물이 적은 일반짬뽕보다 해물이 많은 삼선짬뽕이 비싸도 팔리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비냉에 고명이 듬뿍 올라가야 매력이 생긴다.



여기서 정리하면 냉면집 창업 레시피는 첫째가 냉면만 팔기다. 다른 식사류는 일절 팔지 않는거다. 둘째는 물냉도 팔지 않기다. 되도 않을 정통 물냉면 맛내기를 포기하면 오히려 매력이 생긴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셋째는 비냉에 올라가는 고명의 완성이다. 고명이라고 무김치가 전부인 함흥냉면을 만원에 먹는 것과 육전이 올라간 진주냉면 만원의 차이다. 그 차이를 나만의 고명으로 완성하는 거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네 번째 레시피가 바로 냉면 반찬이다. 냉면집 반찬으로 무김치가 전부다. 어떤 집은 얼갈이를 주기도 하고, 알타리김치를 같이 내주기도 한다. 그런데 김치다. 오히려 그 김치가 파격이 되면 어떨까? 파김치에 냉면을 먹으면 어떨까? 짜파게피를 끓여서 아내는 냉장고 파김치를 올려 먹는게 다반사다. 라면도 파김치고, 봉지냉면도 파김치와 먹는다. 내 아내는 그렇게 파김치를 좋아한다. 반대로 나는 파김치를 먹을 줄도 모르지만, 냉면집에 반찬으로 파김치가 나오면 먹지는 않아도 신선할 거 같다. 어쩌면 냉면 때문에 그제서야 파김치에 입문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줄서는 냉면집창업 마네번째 레시피는 반찬의 변화다. 파격적인 냉면반찬이다.



이제 짧으면 4달, 길게 잡아서 10월부터 2월까지의 5개월 장사를 어떻게 할까가 남았다. 여름 7개월로 6억쯤 팔아내보자. 그러면 굳이 겨울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풀면 다음과 같다. 냉면을 팔면서 짧은 겨울메뉴를 같이 고지하는 거다. 여기서 겨울은 짧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좋다. 그때만 잠깐 파는 메뉴라고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 겨울메뉴는 뭐가 되건 상관없다. 칼국수를 팔아도 되고, 팥죽을 팔아도 된다. 겨울에만 돈까스를 팔아도 되고, 겨울 떡국을 팔아도 된다. 물론, 여기에도 변수는 담아야 한다. 그냥 칼국수보다는 흔한 칼국수보다는 새우(매운탕)칼국수 같은 색다른 칼국수면 좋다. 그냥 돈까스가 아니라 강호동 돈까스면 좋다. 그냥 떡국이 아니라 육개장떡국 같은 걸로 팔면 좋다. 그렇게 겨울메뉴도 한가지만 팔기로 하자. 이것저것은 언제 어느때든 피해야 할 적이다. 그리고 맘을 비우자. 냉면으로 벌었으니, 겨울은 현상유지면, 현상유지여도 상관없다는 가벼운 마음이면 좋을 것이다. 물론, 쉬운 결정 아니라는 거 안다. 비빔냉면을 어떻게 잘 만들까부터 걱정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 음식맛은, 레시피는 돈으로 해결이 된다. 그게 축지법이다. 시간을 당기는 축지법은 레시피고, 그 레시피는 돈으로 구할 수 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이 냉면 한가지만 파는 일이고, 그것도 물냉면은 팔지 않는 일이다. 겨울에는 현상유지만 하자는 그런 각오가 오히려 레시피 구하기 보다 더 어렵기에 내가 결정하면 그 열매는 나만 따먹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틀리지 않다. 응원한다. 해보시라.



20250614_132731.png 동치미가 맛있다면, 냉면을 삶아 그냥 줘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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