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을 압도적으로 팔아야 한다
소중대로 파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2명은 소짜를 시키고, 3명도 소짜를 시키고 싶어합니다. 반대로 주인의 마음은 다릅니다. 셋에겐 중짜, 넷에겐 대짜로 팔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그걸 강요하는 집들도 흔합니다. 그래서 손님이 늘지 않습니다. 손님은 3명은 소짜, 4명은 중짜가 안전?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늘지 않는 장사는 매출이 늘 고만고만합니다. 그걸 깨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4명도 소짜를 시키거나 말거나로 마음을 바꾸면 됩니다. 4명이 소짜를 시킨게 억울할 거 없습니다. 소짜라도 팔린 겁니다. 4명이 와준 겁니다.
소중대가 아닌 식당도 3가지 가격대를 설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1인분인데 가격에 차등을 두는 것이죠. 상차림의 구성을 간소하고 제일 싼 가격을 매깁니다. 상차림을 제대로? 하고 중간 가격을 매깁니다. 조금 더 좋은 찬을 포함해 비싼 가격을 책정합니다. 이럴 때 손님들은 제일 싼 가격을 시키는 건 싸구려 손님같아서 불편합니다. 그렇다고 제일 비싼 건 낭비처럼 여겨지니 결국 중간 가격의 1인분을 선택합니다. 한달 판매량을 확인하면 제일 비싼 1인분은 평균 하루에 한두개 팔았습니다.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중간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제일 싼 가격과 중간치가 골고루 반씩 팔렸음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싼 가격과 비싼 가격대를 메뉴판에서 빼는 겁니다. 중간치만 놔두는 겁니다. 대신 이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가, 기존의 중간 가격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그리고 곁들임(사이드) 가격을 낮춥니다. 그렇게해서 곁들임을 시키게 하는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1인분의 선택지가 3가지에서 단일 1가지 뿐이니 손님들은 부끄러움(싼 걸 선택할 때)과 눈탱이(비싼 걸 선택할 때) 걱정이 없습니다. 걱정없이 시킨 1인분이니 곁들임을 추가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손님이 늘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동수론을 적용해야 합니다. 3명은 2인분 시켜도 되게끔, 4명은 3인분 시키라고 권해야 합니다. 주인이 먼저 권해야 합니다. “솥밥만 하나 추가하셔도 드실 수 있으니 1인분 적게 주문하세요” 반드시 이렇게 말하고, 메뉴판에도 그렇게 고정으로 적어둬야 합니다. 따라서 중간 가격을 2~3천원 정도 더 올립니다. 괜찮습니다. 반찬을 더 주지 않고 올려도 괜찮습니다. 3명이 2인분을 시키면서 얻는 이득이 1인분 가격 인상을 뛰어 넘습니다. 이렇게 동수론을 적용하면 열에 여덟이 곁들임을 무조건 시키게 됩니다. 사람은 양심이라는 것이 있고, 1인분 덜 주문해서 얻는 이익으로 단품 요리를 하나 더 시켜 푸짐하게 먹는 걸 선택하게 된답니다.
2명에게 34,000원이던 매출이 38,000원으로 늘어납니다. 3명에게 51,000원을 받던 매출이 38,000원으로 확 줄거 같지만, 곁들임을 하나 추가하면 결국 테이블 단가는 5만원에 비슷해집니다. 이게 얼마나 다른 차이냐면, 3명이 곁들임 없이 51,000원을 낼 때와 곁들임이 포함된 5만원쯤을 내는 상차림이 다르다는 걸 손님도 단번에 눈치챕니다. 비슷한 돈을 쓰면서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겁니다. 당연히 그 식당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4명에게 곁들임 없는 상차림으로 68,000원(1인분 17,000원일 때)을 받았습니다. 4명에게 3인분을 권하면 19,000원*3인분= 57,000원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솥밥 3천원 1개 추가. 그리고 곁들임 1만원 추가면 최종 매출은 7만원이 되어 결과적으로는 2천원을 더 판 셈이 됩니다. 반대로 손님은 1인분 19,000원을 아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손님이 이렇게 주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곁들임을 추가해 먹지 않고 솥밥만 추가해 6만원이어도 전혀 손해가 아닙니다. 그 4명의 손님이 내 식당에 호감을 가졌기에 손님이 남는 겁니다. 8천원을 더 팔지 못했다고 억울하게 없습니다. 한달 판매량에 4인분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동수론을 적용해서 팔면 2명보다 3명이 많아지고(그래야 확실히 이득을 얻기 때문에) 4명 손님도 늘게 됩니다. 이미 이 계산법은 제가 만든 아구찜 소중대를 통해서 증명되었습니다.
정식이기에 손님이 기대하는 상차림의 기대치가 큽니다. 그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테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줬지만 “에게. 정식이 겨우 이거야?”하는 빈정거림도 들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용어로 세트도 피해야 합니다. 세트라고 이름을 지은 순간, 내 상차림은 응당 그렇게 주는 걸로 오해됩니다. 세트는 한꺼번에 다 시키니 조금 싸게 준다,라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식이나 세트라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엄마밥상, 공주님밥상 이런 식으로 메뉴이름을 정해서 기대치 않았던 손님에게 “가격이 비싸다 싶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잘 나오는군”으로 결정타를 날려야 합니다.
소주 한병은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여럿이서 혼자 마실 땐 더더욱 부담됩니다. 그럴 때 소주 두잔 정도만 마시게해도 그 손님은 그게 좋아서 또 오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소주 잔술만 있을까요? 술이 뚜껑을 개봉하는 순간 맛이 다 사라지나요? 백세주 한잔, 매취순 한잔도 가능합니다. 와인 한잔도 이미 팔잖아요. 위스키도 잔씩 파는 거 모르지 않습니다. 만두전골이라고 위스키가 어울리지 않을까요? 한두잔인데 꼭 만두에 어울리는 술을 준비해야 하나요?
싼 걸 주문하면 나도 모르게 입이 튀어나오고, 비싼 걸 팔지 못해서 그 재료는 냉동실에서 죽어갑니다. 장사는 안전하게 팔지 말아야 합니다. 안전은 없습니다. 손님이 또 오게끔 팔아야 합니다. 안전을 추구하다가 연명할 뿐입니다. 먹고는 살았는데 빚이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은 숱한 현실입니다. 그 모두가 안전하게 메뉴를 구성해서 442 전술로 판 까닭입니다.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하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온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