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2~3인분의 표기 오류
쭈꾸미칼국수가 2~3인분에 23,500원이다.
2명이 먹으면 비싸고, 셋이 먹으면 부담이 적은 가격이다. 이 둘을 다 만족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격은 2인분으로 23,500원으로 정하고, 주문은 셋일 때 주문 가능이라고 적어두는 거다. 그 말이나 저 말이나일까? 말장난일까?
그럼 여기에 한 줄을 더 보태보자.
“우리집 음식은 무조건 인원수 빼기 1인분입니다. 양이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적는 거다. 4명은 3인분이고, 3명은 2인분 주문을 하면 된다는 소리다. 그럼 2명은 어쩌고, 1명은 어떡할까? 간단하다. 그냥 1인분 칼국수를 따로 팔면 된다. 쭈꾸미가 없는 일반 칼국수를 파는 거다. 부추칼국수도 좋고, 된장칼국수도 좋다. 1인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칼국수를 메뉴에 넣어두면 된다. 그 1인분 칼국수의 가격은 8천원이 되고, 9천원도 좋다. 팔릴 수 있는 가치를 가졌다면 가격 결정은 주인의 고유권한이다. 단 쭈꾸미칼국수만 인원수 빼기 1이다. 그래서 2명이 쭈꾸미칼국수를 먹고 싶다면 그냥 2인분짜리를 시키면 된다. 다른 칼국수보다 비싼 건, 칼국수에 쭈꾸미라는 재료가 500g이라 들었기에 손님도 사실 비싸다고 생각지 않는다.
2~3인분용이라고 적어두고는 3명이 시키면
“양이 좀 작을텐데요”라고 말한다. 어쩌라는 건가? 메뉴판에 써둔 건 뭐란 말인가? 족발 소짜는 2~3인,이라고 표기를 해두었는데 2명인 우리가 소짜를 주문하니 “양이 적으니 중짜를 시키는 게 낫다”는 주인도 있었다. 그런 집에 손님이 두 번 갈 리 없다. 양이 적어서 주기 곤란하다면 소짜는 2인분, 중짜는 3인분으로 표기함이 맞다. 그 메뉴판에는 거짓은 없으니까다. 하지만 마치 3인도 주문해도 되는 것처럼 2~3인이라고 써두고 3명은 3~4인용을 주문하길 바라는 주인들이라 장사가 비루한 것이다. 팔고도 찝찝하고, 먹는 손님도 메뉴판에 써둔대로 시켰는데 눈치를 보니 그 맛이 날 리가 없다.
이게 30년 넘은 식당에서
만든 신메뉴라니 한심하다. 30년간 버텨준 메뉴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 차린 직영점에 손님이 없다고 냉큼 신메뉴라는 것을 만들었으니 초라하다. 30년간 번 돈으로 의연하게 버티던가, 본점보다 푸짐하게 양을 주면 된다. 하다못해 본점에서는 주지 않는 막걸리 한잔씩을 포함시켜 줘도 된다. 이미 30년 동안 벌었다. 번 돈으로 차린 번듯한 직영점이다. 그것도 건물을 사서 차린 자가식당이다. 왜 거기서도 마진이 본점처럼 남아야 할까? 덜 남으면 큰일이 나는 것인가? 그래서 그 원칙을 지키고자 이익을 양보하기 싫어서 새 메뉴를 만들어야 했단 말인가?
다시 부탁하지만 2~3인분 / 3~4인분 표기는 없애야 한다. 3인이 달래도 째려보지 않을 거라면 그냥 3인분이라고, 4인이 시켜도 째려보지 않을 거라면 그냥 4인분으로 표기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장사는 반전이다. 3명이 먹을만한 3인분 보다는 3명도 먹을만한 2인분이어야 당신은 식당으로 성공할 것이다. 4명도 먹을만한 3인분을 팔아야 고생 끝 행복시작이 될 것이다. 이와 도의 뉘앙스를 선점해야 한다. 2명에게 비쌀까봐 2~3인분이라고 수작하지 말아야 한다. 2명에게 비싸지만 2명도 기꺼이 시키도록이 되어야 당신은 열에 여덟이 망하는 식당에서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