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연연할 필요없다
맛있는 식당을 차리지 말아야 한다. 전제가 붙는다. 끝내주는,이다. 끝내주게 맛있는 식당은 차릴 수도 없지만 거기에 매몰되면 더 좋은 수를 무기로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희한하게도 음식솜씨가 없는 주인이 더 크게 버는 경우도 왕왕 있다. 같은 메뉴를 만들어 팔아도 요알못이 더 손님이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음식을 주방의 스킬이 아니라, 손님의 눈높이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음식에는 솜씨라고는 없는 주인은 테이블에서 보여질 상차림에 신경을 쓴다. 맛은 둘째다. 그래서 쉐프가 만든 음식은 눈이 즐겁지만, 입은 아쉽다. 데코레이션이 뛰어날수록 눈은 신나지만 그래서 맛있게 먹지만, 정작 다음에 찾는 식당은 다른 식당이다. 그게 진짜 손님의 심리다. 눈이 즐거운 것도 좋지만 맛있어야 한다. 눈으로 맛있음이 느껴져야 한다. 눈으로 맛있으면 지갑을 여는데 아깝지 않다. 말장난 오해살까 더는 말하지 않겠다.
그만한 경험과 세월을 보내서 얻은 결과치다. 따라서 아무나 그 영역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노하우값을 음식에 포함시킨다.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면 실수다. 주인이 정하는 노하우값과 손님이 내려는 노하우값은 늘상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은, 일부러 한번쯤은 먹어보지만 재방문은 하지 않는다. 인증샷을 찍었으면 되었고, 도장깨기는 한번이면 충분한 탓이다.
넣을 줄 모른다는 말이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손님이 치루려는 값과 큰 차이가 없다. 상충이 없으니 외려 안전하다. 거기에 약간의 양보를 한술 더 추가한다면 쉐프의 기술이 없어도 식당은 할만하다. 아니, 어쩌면 하루 10만원 벌이가 목표이기에 더 할만한 식당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4명인 손님이 왔는데 대짜거나, 4인분을 팔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면 된다. 4명에게 중짜를 권하면 처음인 손님도 무장해제다. 4명에게 “찌개는 3인분으로 4명이 드셔도 되요”라는 말 한마디는 솜씨가 딸리는 맛이라도 불만이 없다. 그 또한 손님의 심리다. 이게 바로 필자의 동수론이다. 개콘에 나온 유령(이름이 동수)처럼 손님 중 한명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주문을 받으라는 뜻이다. 그럼 손님은 그 식당을 신기해한다.
이것저것을 팔 이유가 없다. 축구의 442 전술처럼 수비수로 점심특선을 넣고, 미드필더로 저녁엔 별미를, 공격수로 간판이 뭐건 간에 삼겹살을 꼭 팔아야 하지 않아도 된다. 우습게도 대한민국 식당 열에 과반은 442 전술이 전부다. 칼국수집에서 족발과 보쌈을 팔고, 삼겹살집에서 된장찌개와 칼국수를 판다. 백반집도 삼겹살을 팔고, 게장집에서도 한우를 판다. 그래야 안심이 될 거 같고, 그렇게 다양하게 팔아야 여러 손님층을 다 잡을 거 같아서다. 그래서 어느 식당이나 메뉴는 최소 10가지가 넘고, 간판이 면이어도 밥도 팔고, 밥이 간판인데 면 음식이 더 많을 때도 있다. 참 안타깝지만 그게 안심이라는게 대세인지라 하는 수 없다. 그렇게 거리의 액자노릇을 하겠다는 식당을 누가 뭔 수로 말릴 것인가?
인건비는 덜 써야 한다. 그러자면 주방은 한가지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알바도 사나흘 훈련?에 주인을 대신할 수 있다. 대신 한가지만 파니까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라면은 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떡이나 만두를 넣는다. 그럼 경쟁력이 없는 라면은 아예 팔지 않아야 한다. 떡라면 하나 끝내주는 집, 만두라면 하나 끝내주는 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열가지의 메뉴에서 그거 하나를 특출나게는 어렵겠지만, 떡라면 하나만 파는데 그걸 특출나게 못만들 거 없다. 바로 그게 온리원론이다. 국영수에 여러과목을 다 잘하는 건 타고난 머리여야 하지만, 국어 하나 전교 1등은 아이큐 두자리도 해낸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4인분은 팔지 않는 식당이라면 끌릴까 어떨까? 손님이라면 그런 식당을 듣고도 궁금하지 않을까? 거기에 하나 더 장착하자. 어차피 노후에 연금만큼 300 벌이다. 노후라서 노동의 강도도 약해야 한다. 경비로 24시간 격일로 근무하는 강도처럼 식당을 한다면 굳이다. 그렇게 몸을 갈아넣을 거라면 식당을 할 거 없다. 한다고 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하루에 4시간만 문 여는 식당,까지 보태면 어떨까? 점심이든 저녁이든 하루에 딱 4시간만 파는 식당이라는 소문이 돌면 그걸 들은 사람들은 손님이 되보려고 하지 않을까? 바로 그런 특징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 그게 실패하지 않는 강패라는 걸 반드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