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전이 좋다

고향은 성수동(뚝섬)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나보다 세 살 많은 지인은 50대 후반이다.

십수년전에 산 마용성의 아파트는 3배쯤 값이 올라 십수억을 넘나든다. 그런데 참 아쉬움이 많다. 이미 수년 전에 퇴직을 당한 후 이것저것 일자리를 전전중이다. 회사를 다닐 때도 작은 회사여서 50에 월급이라고 350쯤 받았다. 지금은 이것저것 일자리를 통해 200 정도를 번다고 했다. 자녀들도 독립을 해서 부부 둘이서 아껴서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마용성의 아파트를 팔라고 했다.

그 돈으로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서울 아파트를 팔면 1/3로 신축 전세나, 1/2로 신축 매매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매매를 해도 반이나 돈이 남는다. 그 돈으로 이것저것 일자리를 전전긍긍해서 버는 200보다 더 벌 작은 가게를 차리라고 했다. 그 가게를 차리고도 최소 수억이 남으니 그 돈은 배당주나 안전한 재테크에 넣어두라고 했다.



2,700세대는 작은 도시다.


하지만, 지인은 서울 아파트가 더 오를거고

그걸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한사코 귀를 닫았다. 자식들에게 주기 위해서 60이 코 앞인 부부는 매달 200여만원의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게 나는 정말 답답했다. 약간의 목돈이 필요한 달은 아내까지 알바를 뛰어 300쯤을 쥔다고 웃는데 나는 그 웃음이 정말 피곤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그 집은 절대 팔지 않을 생각이라니 할 수 없다.



우리 부부는 요새 이사갈 아파트를

훔쳐보느라 바쁘다. 2월에 입주를 시작하는 새삥 아파트인데 무려 3,000세대 가까운 대규모 단지다. 게다가 1군 브랜드가 지은 아파트다. 새삥이라서 커뮤니티 시설이 끝내준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아내마저 “이사 가면 정말 바쁠 거 같아. 아파트 안에서만 지내도 시간이 뚝딱 갈거 같아”



서울서 이런 커뮤니티를 가진 신축이라면 전세 십억도 부족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사를 가면 거실을 서재로 쓰기로 했다. 거기서 마음껏 글을 쓸거라 좋았는데, 단지마다 도서관겸 카페가 있으니 콧노래가 절로 난다. 구해줘 홈즈에서나 보던 서울의 고급 아파트 커뮤니티는 언감생심이었는데 지방에 사는 덕분에 그걸 누리게 된 것이다. 위치만 서울이 아닐 뿐이고, 한강 대신에 유등천이 보인다는 게 다를 뿐이다. 심지어 아내의 친구들도 우리 때문에 한 아파트에서 모여 살지도 모른다. 대단지 1군 신축이 주는 메리트에 그들도 이미 흥미가 차고 넘쳤다.



대전에선 둔산권이 서울 강남이다.



평균적으로 50이 넘어서

재취업이 힘든 건 뻔한 사실이다. 좋은 회사와 일자리를 경험했을수록 더 문이 좁다는 것도 이미 증명되었다. 마용성에 사는 지인은 그조차도 아닌데 서울 벗어나는 것을 생각조차 않는다니 서울이 주는 마약같은 힘은 도대체 무얼까 싶지만, 하기사 점점 지방도시는 인구소멸의 직격탄으로 살기 어렵다는 추측도 흔한지라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긴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서울서 비싼 집을 끼고 사는 댓가로 한 달을 겨우겨우 살아야 하고, 반대로 누군가는 도시의 위치를 이동함으로써 생긴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 ‘인생은 원래 그런거야’하는 듯하다. 내가 지난 25년간 손을 댄 500개의 식당을 봐도 비슷하다. 서울 식당의 주인들은 일하느라 바쁘고, 지방 식당의 주인들은 즐기느라 바쁘다. 하지만, 백날 말해 본들이다. 서울에 산다,는 그거에 방점을 둔 사람들은 힘들어도 그곳이 좋다고 할 뿐이다. 물론, 나도 그들처럼 대전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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