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현주
나는 오늘
검은 테두리 안 당신의 웃는 얼굴이 낯설어졌습니다
나는 오늘
투박하지만 다정했던 당신의 말씨를 애써 더듬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오늘
당신의 아이스크림 공장 냉장고에서 꺼내먹던 메로나의 맛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하나를 다 먹고 두 개째 먹으려 하면 더 먹으면 배탈난다며-
거친 손길로 따뜻하게 안아들었던 당신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열일곱 번째 버킷리스트 위에 줄을 그어 지웠습니다
이루어낸 것과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만 가득하던 나의 버킷리스트에
이룰 수 없는 것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나의 버킷리스트 열일곱 번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표충사 염소고기 먹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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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일들
당신께 닿을 수 없게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그 죽음이 나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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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고만 있는 소망이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