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데 5만 원이 들었습니다.

직장 상사가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축의금 좀 전달해 달라고 말이죠. 제 부하 직원 중 한 명의 결혼식이었습니다. 저는 참석 예정이었습니다. 상사는 제게 축의금 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대로 전달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그리고 제 가방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결혼식은 그다음 날 토요일 낮에 있었습니다. 결혼식장에 갔지요. 그런데 아뿔싸. 가방에 넣어 두었던 축의금 봉투를 깜박했던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제 돈 현금 10만 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사분의 이름으로 축의금을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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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사건은 여기서부터입니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제 가방에 있던 그 축의금 봉투를 까먹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떠올라 봉투를 꺼냈습니다. 그 안에 든 액수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봉투째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5만 원은 엄마 쓰시고 나머지 5만 원은 아빠 드리셔"


어머니는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두어 시간 뒤 어머니와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용건을 간단히 말하고 끊으려는 찰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굳이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봉투에 5만 원 있더라...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저의 그 상사분은 축의금 봉투에 5만 원을 넣어 제게 주었던 것입니다.


순간 몇 가지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와 나도 10만 원 하는데... 10만 원을 하셨구나'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얘기를 다하고 상사에게 5만 원을 더 달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결혼한 그 부하직원에게 5만 원은 내가 잘못 낸 것이니 돌려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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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 상사는 축의금 전달을 부탁한 죄밖에 없었습니다. 결혼한 그 부하직원에게 상사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줄 순 없었습니다.


결국 제 돈 5만 원을 보태 그 상사분은 10만 원 축의금을 한 것이었습니다. 결혼한 제 부하 직원도 그렇게 알고 있겠지요. 그 부하 직원은 그 상사분에게 10만 원만큼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액수 자체가 중요하진 않지만 축의금 5만 원과 10만 원을 대하는 신부의 마음이 동일할 수는 없을 겁니다.


반면 저는 15만 원 축의금 내고 10만 원 축의금 낸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앞으로 또 이렇게 애매한 숫자의 부조를 하게 될 일이 있을까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 아버지에게 5만 원 더 드려야 합니다. 축의금 전달 부탁을 받으면 그대로 전해줍시다. 절대로 깜박하지 맙시다.


이야기를 쓰는데 5만 원이 든 셈입니다.

5만 원짜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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