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관찰해요 - 벽에 붙은 파리 효과

내 기분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자기 기분을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맡겨둘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우린 스스로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 감정의 통제자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기분과 감정을 다루는 일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스마트폰을 다루듯 매 순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다루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중요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감정을 위해서 말이죠.


가령 화가 나는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부하 직원에게 시킨 일이 있는데 마감 시간을 넘겼습니다. 하루가 더 지날 때까지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습니다. 늦어질 것 같다는 사전 보고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날 무시하나?’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이면 화가 날 만하죠. 이런 상황에서 내 감정을 다루기 위해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화나는 상황에서 내가 ‘화가 난다’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죠. 내 감정을 관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당사자가 아니라 감정의 관찰자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관찰자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감정과 상황을 좀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당신이 만약 화가 나는 당사자가 아니라 그 상황을 관찰하고 있는 동료 팀장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그 부하 직원이 깜빡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본인은 이미 보고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보고 메일을 발송했는데 오류가 생겨서 메일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지.’


이처럼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 감정을 들여다보면 좀 더 차분하고 이성적인 감정 조절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벽에 붙은 파리 효과(Fly-on-the-wall effect)로 설명합니다. ‘벽에 붙은 파리’라는 말이 매우 재미있지요? 마치 벽에 붙어 있는 파리가 나를 바라보듯 자신을 바라보라는 의미입니다.


벽에 붙은 파리는 내가 아무리 화가 나거나 힘들어하는 상황일지라도 나를 그저 먼 산 바라보듯 보고만 있겠죠. 유체 이탈(有體離脫)이라고 들어 보셨죠? 순간적으로 내가 자기 몸에서 빠져나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상태 말이죠.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유체 이탈처럼 내가 자신에게서 빠져나가 내 감정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벽에 붙은 파리 효과는 일종의 감정 유체 이탈인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 감정과 처리 방법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화가 나는구나. 왜 화가 나는 걸까? 마감 시간을 어긴 그 행위 자체에 화가 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무시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일까? 사실 그 마감 시간은 김 대리와 협의 없이 내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었는데 말이지. 기한을 넘기면 정말로 큰일이 날까? 꼭 그렇지는 않은데. 어쩌면 내가 화나는 것은 마감을 넘긴 것 자체가 아니라 나를 무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다 보면 스스로 내 감정의 원인과 대응 방법을 좀 더 차분히 살펴볼 수 있지요. 무조건 화를 내고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그 부하 직원이 당신을 무시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치며 그 감정에 대해서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내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로 들었던 위의 상황에서 한번 적용해 볼까요? 먼저 그 부하 직원을 따로 조용히 부릅니다. 그리고 차를 한 잔 마시며 물어봅니다. “김 대리, 수고 많아요. 내가 전에 얘기했던 일은 어떻게 됐지? 어제까지 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은데.” “아, 과장님. 그 자료 제가 준비해서 메일로 보고 드렸는데요? 혹시 아직 못 받으셨어요? 제가 발송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만약 이런 경우라면 아마도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메일 발송이 실제로 된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날 무시했던 것은 아니로군.’ 하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화나는 감정을 날것 그대로 전달하지 않은 자신의 침착함 대해 고마움을 느낍니다. 무턱대고 화부터 냈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었겠죠. 부하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부하 직원이 당신에게 악(惡) 감정을 품고 일부러 기한을 어겼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는 거예요. 당신은 부하 직원을 따로 조용히 불러 얘기합니다. 그리고 마감이 늦어진 것에 대해 얘기를 꺼냅니다. 그러자 부하 직원은 당신에게 이렇게 속마음을 터놓습니다. “보고 기한을 어긴 것과 사전에 말씀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그 기한 내에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이 너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런 얘기를 듣게 된다면 다시 한번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내가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주인이기 때문에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내게 일어나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인정합니다.


‘아, 내가 화나는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러고 나서 그 감정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면 좋을지 생각해 봅니다. 그 감정의 목적이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을 보상받고 싶은 것임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화를 낼 필요는 없음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이어갑니다. “아, 그런 거였군. 알겠네.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데, 생각만 하고 있으면 내가 그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 만약 미리 얘기했더라면 일정에 대해서 서로 조율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그 점이 좀 아쉽네.” 물론 이것은 분노를 치밀게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대화입니다. 탁월한 감정 대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모든 현실 상황에서 적용하기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알고 안 하는 것과 모르고 안 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런 원리를 알고 있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에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하고 후회하는 행위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내 감정을 조절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게 됩니다.


요컨대 어떠한 감정이 순간 치밀어 오른다고 해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로 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정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단계들을 따르시기 바랍니다. 첫째, 내가 먼저 내 감정을 알아차릴 것. 둘째, 내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 셋째,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결정할 것.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집단 안에서 안 좋은 기분이 느껴진다고 해서 덩달아 내 기분까지 좋지 않게 내버려두진 마세요. 적당히 분위기는 맞춰 주되 내 안의 감정은 내가 지켜내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역시 내 기분을 잘 들여다봐 주고 보살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혼자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그렇게 외로운 일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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