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퇴근을 해도 회사에서 마치지 못한 일이 자꾸 생각나요.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퇴근을 해도 퇴근을 한 것 같지가 않네요. 집에 와서 밥을 먹어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 집중하기가 어렵네요. 아내는 이런 모습이 보기 싫었나 봅니다. 그렇게 대충할 거면 씻고 가서 잠이나 먼저 자라고 하네요. 그럴 땐 저도 서운함을 느낍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요. 그러고 나서 회사에 출근하면 집에서 이러한 안 좋았던 상황들이 또 떠오릅니다. 악순환이지요. 우울하고 답답하네요.







A. 안녕하세요. 최 과장의 직장인 심리 상담입니다.


회사에서 마치지 못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가 보군요. 정말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저도 종종 그럴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에 대한 열정으로 볼 수도 있지요. 그만큼 당신은 일을 사랑하는 마음과 넘치는 책임감의 그야말로 열정적 직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열정이 지나쳐서 당신을 힘들게 하면 곤란하지요. 열정이 당신을 지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일보다는 당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은 일일 뿐입니다. 일이 당신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일을 해내는 주체는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당신은 당신의 업무보다는 비교가 안될 만큼 소중합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왜 회사의 일을 집에 와서까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란 무엇일까요?
'이는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험장에서 나온 직후 자신 있게 푼 문제들이 더 잘 떠오를까요? 아니면 아리송하게 풀거나 아예 손도 못 댄 문제들이 더 잘 떠오를까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나오며 계산을 끝낸 순간이 더 잘 떠오를까요? 아니면 지갑이 없어 제때 음식값을 지불하지 못했던 순간이 더 잘 떠오를까요?

친구와 신나게 통화를 하고 있는데 순간 배터리가 나가버렸습니다. 이때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들것 같나요? 통화했던 모든 내용을 한 순간에 모두 잊게 되나요?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전화를 하여 통화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이 모든 것들이 앞서 말씀드린 자이가르닉 효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무엇인가 끝내지 못했다’는 마음이 들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뭔가 ‘찝찝’ 한 것이죠.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제대로 뒤처리(?)를 하지 못한 찝찝함,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므로 당신이 회사에서 마저 끝내지 못하고 온 일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유독 일에 대해 유달리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한 당신이 특별히 일을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믿어도 좋습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요? 못 끝내고 온 업무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게 내버려둘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뇌도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집에 와서도 당신이 당신의 업무를 계속 생각한다면 당신의 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더라도 친구와 네일 샾을 가더라도 학원에서 혼자 어학 수업을 듣더라도 그 시간들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 그만큼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없지요.



그러므로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당신과 일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는
습관 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이 들더라도 의도적으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이는 마치 ‘지금부터 오렌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오렌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그 즉시 오렌지에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지구 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오렌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렌지 외의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사과, 배, 수박, 참외, 토마토 등 다른 과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아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되는군요. 어쨌든).





더 좋은 방법은 과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거울, TV, 아기, 인형, 베개, 바다, 제주도, 야자수, 흑돼지 삼겹살, 성산 일출봉, 우도에 배 타고 들어가며 차를 가지고 가는 방법 등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참고로 저는 지금 제주도에 여행을 와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오렌지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기 어렵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배고픔을 느끼면서 동시에 소화제를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의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당신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남겨진 일이 있나요?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을 해보세요. 다음 달에 갈 코타 기타 발루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은 어디인지, 다음 달에 끝나는 자동차 보험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새로 알아볼 것인지? 여름이 약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선풍기로 버틸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에어컨을 장만하기 위해 이번 주말 하이마트에 가볼 것인지? 그러다 보면 자연히 당신의 업무는 잊혀 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안심시켜드릴 놀라운 비밀 한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못 끝낸 업무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당신'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이 유일합니다. 사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당신만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걱정이 되면 내일 아침 조금만 더 일찍 출근하면 됩니다. 조금만 더 일찍 출근해서 일을 조금 더 먼저 시작하면 됩니다. 그것이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회사는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못 끝내고 온 일 때문에 회사가 망할 일은 없습니다. 만약에 망한다면 회사가 아니겠지요. 그리고 회사가 당신에게 그런 일을 맡길 리도 없습니다. 만약 맡겼다면 당신이 그 일을 그냥 두고 퇴근했을 리도 없겠지요. 그러니 조금만 신경을 덜 쓰시기 바랍니다.

혹시 아직도 오늘 회사에서 못 끝내고 온 업무가 자꾸 신경 쓰이나요? 이번 주말에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해 보세요. 혹시 땡처리로 나온 특가 항공권이 없나 검색해 보세요. 요즘 핫이슈인 연예인은 신변잡기 기사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달콤한 밤을 기원합니다.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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