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평가는 없다, 결국 수용성의 문제다"

by HRer B

기업에서 성과평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누구나 공정한 평가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평가 결과에 만족하는 구성원은 극히 드물다.

성과관리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왜 나는 이 점수를 받았는가?", "내가 받은 평가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은 계속 제기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공정한 평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란 결국 '수용성'의 문제다.



공정성에 대한 착각

기업에서 말하는 '공정한 평가'는 대체로 정량적인 기준, 객관적인 지표, 다면평가와 같은 도구로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평가에는 항상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한, 절대적인 공정성은 불가능하다.


S/A/B/C/D로 구분된 평가등급 체계는 이 공정성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회사에서는 차별화된 평가와 보상 연계를 위해 등급 구간을 나누지만 현실에서는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다.

C나 D를 받은 구성원은 낙인감과 위축을 느끼고 B를 받은 구성원은 "평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A를 받는 구성원도 "왜 S가 아니지?"라고 불만을 갖는다. 심지어 S를 받는 구성원도 불만을 느낀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누군가 S를 받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게 공정한가"라고 느끼며 평가 결과를 의심한다.


즉, 등급제는 일정한 비율을 맞추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구성원 입장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감정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구성원은 등급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리더는 설득에 진이 빠지며 HR은 공정성에 대한 항의에 시달린다.


수용성, 평가결과를 받아들이는 힘

'수용성'이란 평가 결과를 구성원이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수용성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1. 평가 과정의 투명성

구성원이 '내가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어떤 기준과 절차를 통해 결정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깜깜이 평가나 결과 통보식 발표는 수용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2. 상사와의 신뢰 관계

평가자는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사람이 아니다. 일상에서 함께 일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리더가 평가자다.

이 관계에서 신뢰가 없으면, 어떤 평가 결과든 불신하게 된다. "팀장이 날 몰라서 이런 점수를 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3. 정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피드백

평가는 일회성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분기별 혹은 월간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이 자신의 현재 위치나 기대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토록 해야 한다.

평가 시즌에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멘트는 구성원에게 방어적 감정을 유발한다.


이처럼 평가결과를 수용하는 핵심은 기술적인 공정성보다 관계의 맥락, 커뮤니케이션, 신뢰의 누적에 있다.


수용성 기반 성과관리

성과관리 시스템을 설계하려고 한다면 성과관리의 전 과정을 구성원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초에 평가 기준을 공유할 때 상사가 단순히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1:1로 대화하며

"올해 이런 기대가 있다"라고 전하고 연중에는 업무 중간 점검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루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성과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도 점수보다는 '의미 있는 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성과관리를 진심으로 개선하려면, HR은 '공정성의 기술'을 쫓기보다 '수용성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시스템을 설계할 때마다 "이 구조가 구성원의 납득을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평가는 신뢰의 집합체다. 신뢰가 없는 평가결과는 아무리 잘 설계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공정함에 대한 판타지를 내려놓고 수용성을 높이는 피드백 구조와 리더십 역량에 투자할 때,

진정한 성과관리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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