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인생
집에서 버스로 삼십분 거리의 작은 회사에서 광고 디자인 일을 하고있다. 광고나 판매, 상업디자인 모두 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니 삶의 길은 돈을 벌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돈을 벌려다보니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일도 거뜬히 하고 있다.
출근길에 내가 타는 버스는 두 번 우회를해서 크게 돌아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내가 타고 있는 인생이란 버스는 과연 어디로 도착할까?
과연 지금 나의 어쩔수 없는 선택들은(주어진 길들) 우회하는 것일뿐 똑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걸까?
내 작은 비밀이지만, 머릿속에 유달리 생각이 많아 일상생활에서도 사소한 사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때가 많다.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이 종종 너무나 낯설고 이상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보통은 그 계기로 내 주변의 삶의 방식이나 관계의 의미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된다.
한번은 영화관에서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이야기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 순간 나 자신이 되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옆자리 가족들을 바라보았는데 다들 아무렇지 않게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았는데 다들 어두컴컴한 의자에 앉아 한 마디도 하지 않은채로 조용히 커다랗고 환한 불빛을 내뿜고 있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지금 여기서 하고있는 일이 굉장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무엇때문에 두 시간이나 의자에 앉아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지?
그 당연한 단절감과 고독이 굉장히 생생하게 느껴졌었다. 어둠 속의 개인 공간은 화면 외에는 '불필요한 것'들은 보이거나 들리지 않도록 준비되어있지만 그 공간에는 백여명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가까운 자리에 앉은 사람의 얼굴도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일까, 나는 요새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영화 감상을 하고 나오면 두 시간이나 밀접한 자리에서 함께 있었음에도 들어가기 전보다 더 외로워져서 밖으로 나온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대화의 단절 때문인지, 금방 마음이 외로워진다. 정말 중요한 일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지만 시간을 공유해도 마음은 함께 있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엔 만나기 전보다 마음이 더 시리다.
다른 경험들은 차차 이야기하고 싶다. 아직 친해지지 않은 친구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듯, 차근 차근 말하고 싶다. 내 글을 우연히 발견한 어떤 또 다른 영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인삿말과 다정한 미소가 필요하겠지. 안녕하세요. 내 미소가 그려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