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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May 25. 2022

소량동 머릿속 세탁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면 '머릿속 세탁소'에 들려볼까. (창작 짧은 글)

출처 : artvee.com , Hanging the Laundry (c. 1925)      Leslie Thrasher (American, 1889-1936)


어떤 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답답하고 생각은 왜 이렇게 머릿속을 떠도는 와중이었다.

그런 날 머리가 너무 꽉 차 있어서, 머릿속을 분리수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커피를 사 먹으러 카페에 들렀다. 머릿속이 복잡하니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싶지도 않아서 무거운 머리를 목의 힘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옆 자리에서의 대화가 들렸다.


" 그거 들었어? 요즘 머릿속을 깨끗하게 빨래해주듯 청소해주는 세탁소가 있대."

" 엥?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데가 있다니. 말이 되냐고.."

" 여하튼 머릿속이 너무 답답하면 한 번 다녀와.. 병원 가듯이. 나 회사 동료는 거기 갔다 오고 사람이 밝아졌어. 주기적으로 다닌다나 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어디인지 위치를 자세히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의 말에 집중 있게 들었다.

이놈의 마스크만 아니었음 더 잘 들렸을 텐데.. 입모양이 안보이니 귀가 고생이다..


가까스로 난 그들의 대화 속에서, 소량동에 위치한 '머릿속 세탁소' 이름을 들었다. 희귀한 곳이라 일주일에 두 번만 오픈한다는 그곳.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는 그곳에 들려보고 싶었다.

머릿속이 너무 무겁고 요즘 따라 두통도 너무 심해져서 무기력뿐 만 아니라 우울도 심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량동 머릿속 세탁소'라고 검색하니 진짜 그런 곳이 있었다.

와.. 역시 요즘 시대는 정보의 힘이 부의 힘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약을 했다.


수요일 오후 8시.. 나는 그곳에 찾아갔다. 약간은 허름하지만.. 빈티지 느낌의.. 하지만 그렇다고 지저분한 게 아니라 낡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어르신이 계셨다.

나는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머릿속을 좀 비워내고 싶어요."

" 잘 오셨소. 이쪽으로 앉으세유"

" 제가 뭘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 이 모자를 쓰면 일단 머릿속이 벗겨내 질 거예요. 잠깐은 이 모자가 손님의 머리를 대신할 거예요. 그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거니 그냥 쉬세요"


나는 ' 여기 이상한데 아냐?', '나 지금 나가야 되는 거 아냐?' 머릿속을 어떻게 대체하지.. 이상해.. 이상해..

나갈까 말까.. 그냥 해볼까? 어차피 밖에 나가면 그냥 답답한 머릿속과 두통이랑 함께 해야 한다면 일단 이거 해볼까.. 아... 고민 계속하고 있어 이런 내가 싫다 싫다.. 이런 생각하는 순간에 어르신은 내게 큰 모자를 씌었다. 어떤 모자였냐면.. 미용실 가면 열처리할 때 쓰는 그런 기구였다.


그 모자를 쓰니 아무 생각.. 그래 생각까진 하는데 그냥 거기까지였다.

보이는 현상을 보기만 하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더니 내 머릿속... 어떤 머리처럼 보이는 형체에 내 뇌인가? 아님 저게 생각 쓰레기인가 모를 법한 그것들이 담긴.. 것들을 어르신이 분리수거했다. 마치 우리가 집에서 화, 목마다 분리수거하듯이 종이, 페트, 병류 등을 분류하듯이.. 저.. 생각.. 뇌 분리 수거된 것들은 어디에 쓰일까나..


여하튼.. 깊은 생각은 하지 않게 되니, 여기까지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그 내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형체를 어르신은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구석구석 찐득하게 붙어있는 마치.. 껌. 젤리 같은 그 모양의 지저분한 것들을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 아주 지독하게 머리 아팠겠어.. 어휴.. 떼어내기가 쉽지 않네. 어떻게 버텼대.."


모야.. 저 할아버지.. 저 말 듣는데 나 괜히 입꼬리가 눈물 나는 사람처럼 내려가지는 건 뭐냐고..


그러고 나서 그 어르신은 세탁기에 내 머리 형체 모자를 넣고는 세제를 골라서 넣었다. 무슨 세제일까? 괜히 이상한 걸 넣어서 나 이상하게 되는 거 아냐? 어르신은 뭔가 마술사처럼 이것저것 넣으시더니 세탁기를 돌렸다.

저 세탁기 신기하네.. 뭔가 여긴 독특해....

빈티지와 신문물의 융합된 장소라고나 할까.

저 할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러고 나서 세탁이 끝나자.. 어떤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내 머리 모자를 깨끗하게 말린다.

예전에 우리 집 옥상에 빨래 널어두는 것처럼..

바람이 솔솔 아주.. 시원하게.. 5월의 어느 오전의.. 그 푸릇함과 약간의 시원함이 함께한 그 바람처럼.. 바람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 머릿속도 깨끗해지는 건가?


그리고 잠시 나는 순간적으로 졸았다.


어르신이 나를 깨웠다.

" 이제 일어나게나. 푹 쉬었는지요? 이제 머릿속 세탁이 깨끗하게 되었으니 본인의 머릿속 모자를 씌어줄게요. 잠시만 눈을 감으세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뭐지?

머리 감은 것처럼 이 시원하고 맑고 가벼운 기분은?



소량동 머릿속 세탁소는 또 오고 싶어 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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