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척하면서 하루를 1.25배속으로 산 날
하얀 계란과 노란 단호박, 투명한 양파와
검은 올리브가 곱게 올려진 샐러드를 차려놓고
황금빛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보낸다
달다 고소하다 시원하다
제법 쉬는 분위기를 내보지만
문득,
선명한 재료들 아래 깔려 있던 잎사귀들이
퍼석퍼석 씹히는 소리에
꼭 내가 부서지는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고단한 하루였지
뭔가 다독이는 마음으로
입안에서 사각거리는 것들을 넘긴다
양파가 살짝 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