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읽히지 않는 것도 모자라
영상에 몇 분 집중하는 것도 되지 않는
어느 주말 오후
아주 오래전 영화가 눈에 들어왔는데
도입 부분만 몇 번을 돌려보고 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뿌연 눈밭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
푹푹 빠지는 현실의 두께
어리숙함에 숨은 악함
두려움에 깃든 잔인함
느리고 조용한 현명함
꼬이고 또 꼬이는 서사와
왠지 익숙한 등장인물들
나도 꽤 멀리 왔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눈발에 갇혀 있다
파묻히지 않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far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