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잔에 눈길이 머문다.
커피물이 바닥에 조금 남아 있는,
온기와 쓰임이 있는 사물.
그 안에 담겨 있던 것을 마신 내 속은 헛헛한데
너는 꽉 차 보이는구나.
비우는 것도 채우는 것도
무심하게 해내는
너의 동그란 공간에
들어앉아있고 싶은,
어느 흐린 날의 오후.
타박타박 걷는 길에 발견한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