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물건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
여전히 깎지 못한 연필 한 다스
어디에 붙일까 망설이다
여전히 꺼내지 못한 스티커
무얼 적을까 주저하다
여전히 뜯지 못한 공책 몇 권
아끼고 아끼느라
아직도 숨겨둔 마음이
밖으로 나갈 날을
조용히 기다리며
그 안에 잠들어 있다
생각만 하다가 시기를 놓친 일이 얼마나 많은지. 방청소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한 때 소중했던' 것들을 보며 잠시 상념에 빠졌다.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순간을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다니. 이제 슬슬 꺼내볼까 하면서도 몇 번을 고민하고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결국엔 서랍을 닫았다.
눈에 보이는 물건이나, 보이지 않는 말이나 모두 똑같다. 그저 간직하고 싶은 걸까, 아직 나올 때가 아닌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늘의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