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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칸의 장남

<<가족>> 아빠와 할아버지

by 빛나는


어둡고 추운 방 한 칸

장남은 오늘도 돌아올 가족을 기다린다


먼저 들어와 다행이야

따뜻한 온기로 방을 데우며

웅크린 몸을 뒤척이는 순간,


머리 위로 빛 한줄기

누굴까

누가 왔을까


주름이 많아진 아버지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다


긴 시간 뜨끈해진 자리를 내어주며

마주한 두 부자(父子)


'네가 고생이 많았다'

듣고 싶었던 말

'아니에요'

묵묵히 고개를 숙인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응석받이

아버지와의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마세요,

천천히 와주세요


양지바른 곳에서 계속되는

소곤소곤 둘만의 이야기




할아버지와 아빠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할아버지는 10주기, 아빠는 16주기. 가족들이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탓에 기일이 되면 추억이 담긴 사진을 나누며 함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곤 한다. 시간의 힘인가, 이제는 눈물 없이 보고 싶다는 말도 쉽게 꺼낸다.


두 분을 떠나보낸 벽제 화장터를 지나며, 문득 둘의 대화를 상상해 보았다. 그 시절, 빠듯한 하루를 살며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을까. 이제라도 오래오래, 도란도란 오붓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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