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아빠
"아아,
큰딸 잘 들리니?
여기는 1995년, 타이베이야.
오토바이가 물결처럼 도로를 채우고,
거리에서는 마이클 잭슨 노래가 흘러나와.
광장에선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활기찬 시장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지.
진득하게 익은 망고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이 가득한 곳이야.
차를 따라 마시고
삶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
그 틈에 아빠가 서 있단다.
나중에 꼭 한 번 함께 오지 않으련?"
가끔은 드라마에서처럼
과거로부터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같이 가고 싶다는 말에
그때, 왜 이유를 묻지 않았을까.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언제 가면 좋은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빛바랜 사진 속,
아빠의 입술은
못다 한 이야기를 간직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TV를 잘 보지는 않지만, 한 번 재밌었던 작품은 여러 번 본다. 그 몇 안 되는 목록 중에 '시그널'이 있다. 과거로부터 무전이 왔다는 설정이 현실성이 떨어지긴 해도 꽤나 인기 있었던 드라마이다. 나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아빠가 언제 대만에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하던 모습만 선명하다. 그때의 나는 왜 이유를 묻지 않았을까. 아빠가 돌아가신 뒤, 궁금한 마음에 엄마와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덥고 습한 공기 속에서 뚜렷한 대답은 얻지 못한 채 여러 후회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가 그곳에서 느꼈던 무언가를 이제 더는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