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의 아들
까칠까칠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는다
듬성듬성한 갈색 털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잘 익은 한 알을 꺼내듯
네 뒷머리를 쓰다듬으면
연한 머리칼 사이로
전해지는 달콤한 온기
민둥산 같은 모습마저
사랑스럽구나
나의 아가
아기가 뱃속에 있던 시절, 초음파상으로 보이는 태아의 머리카락이 꽤 많은 것 같다며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머리숱은 걱정 없을 것이라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나의 아기는 태어난 지 세 돌이 가까워 오는데도 여전히 동자승이다. 남자는 머리카락이 생명이라는데 언제쯤 풍성풍성하게 자라날지. 그때가 어서 오길 오매불망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