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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일상>> 노래

by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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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노래를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부르는 아이야

너는 어둑한 골목길을 걸어본 적이 있니


깜박이는 전봇대 아래 노란 불빛이 번지고

다 타버린 연탄재가 나뒹구는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오고

두 사람은 함께 걸어도 세 사람은 나란히 설 수 없는


좁은 틈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을 뚫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뎌야 하는 그 길을


신나는 리듬에 맞춰 골목길 춤을 추는 아이야

너는 쓰라린 골목길을 걸어본 적이 있니




인생 32개월 차에 접어든 아이는 '양동근의 <골목길>' 무대 영상을 하루 1번 시청하고 음악은 무한 반복으로 듣는다. 요즘 막 말이 트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중간에 나오는 랩도 곧 잘 따라 한다. 처음엔 그 모습이 귀여워 동영상 촬영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옆에서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아이 덕분에 골목길의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고달픈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처절한 곡이었다.


아직 고생을 모르는 아이가 신나게 부르기엔 조금 미안해지는 노래랄까. 배고픔과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우리가 춤까지 춰가며 즐기는 게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이후, 첫 시작을 알리는 기계음이 구슬프게 들려왔다. 여전히 흥이 넘치는 아이를 말릴 수는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그려졌다. 흐릿한 달빛에 의지해 걸을 수밖에 없는 어두운 골목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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