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로의 부모님을 만나 뵙기 전 또로의 남동생을 만나봤는데 나랑 동갑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편하고 대화도 잘 통했다. 첫 만남부터 동생이 환하게 웃어줘서 나도 덜 긴장했던 것 같다. 또로가 화장실 갔을 때 또로의 동생이 "형에 대해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봐요."라고 말도 해주었다. 동생과 셋이서 기분 좋게 카페까지 갔다가 헤어진 후 나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제 동생을 만나봤으니 또로의 부모님을 뵈러 갈 차례가 다가왔다. 엄마는 인사드리러 가기 전에 좋은 옷 사서 입고 가라며 백화점에서 구두부터 원피스, 코트까지 사주셨다. 가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예쁨 받고 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정식으로 찾아뵙는 게 처음이다 보니 많이 떨렸다. 혹시나 맘에 안 들어하시면 어쩌나 혹여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또로는 평소 내 모습 그대로만 하면 부모님은 무조건 좋아하실 거라는데 아무리 그런 말을 들어도 걱정이 사라지진 않았다.
유명한 떡집에서 선물용 떡과 꽃다발을 사서 오빠 부모님 댁에 도착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들어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리며 선물을 드리니 어머님이 뭐 이런 걸 사 왔냐며 밝게 웃어주셨다. 그리고 다 같이 아버님 차를 타고 고깃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동생도 한번 봤다고 반겨주는데 괜히 반갑고 고마웠다.
아버님의 무뚝뚝하면서도 눈 마주치면 밝게 웃어주시는 모습, 어머님의 경계심 없는 따뜻한 말들, 남동생의 챙겨주는 모습들, 그리고 묵묵하게 든든한 또로. 너무 잘해주려 애쓰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하지도 않은 적당히 따뜻한 여느 집안의 느낌이 나는 좋았다. 우리 집 분위기와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식사 중에 아버님께서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려고? 이번 가을에 해!"라고 말하셨는데 그때 속으로 너무 기뻤다. 인사드리러 온 자리도 맞지만 결혼을 허락하실지 나를 맘에 들어하실지 걱정했는데 그 말을 듣고 그런 걱정들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어머님께서도 "실수해도 되니까 내 집처럼 편하게 있어!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말고. 편한 게 최고야~"라는 말씀도 너무 따뜻하고 감사했다.
남들은 '시'자 들어가면 불편하고 어려운 관계로 많이들 생각하는데 나에게 오빠의 부모님은 또 하나의 소중한 가족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처음 느낀 어머님 아버님의 모습 그대로 나에게는 여전히 따뜻한 또 하나의 부모님이시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처음부터 관계를 잘 쌓아가는 것과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잘 유지하려 하는 것, 편안함은 생기지만 예의는 잃지 않는 것,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는 것. 이러한 것들로 잘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양가에 더 노력하며 좋은 모습, 또로와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