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와 루틴의 닻

제6화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by 소호




<소호의 생산성을 높여요>는 매주 금요일, 생산성을 높여주는 책을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 방송입니다. 작가 소호와 고정 패널 옹님이 함께합니다. 팟빵과 아이튠즈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루틴이라는 닻

산다는 것은 파도와 같다고들 말한다. 오늘 잔잔하던 파도가 내일 얼마나 성난 거인으로 돌변할지 아는 사람은 없다. 하루에 3만 보씩 걷는, 하정우라는 배우는 굴곡진 삶의 파도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걷기'라는 루틴을 권한다. 항상 대중의 평가를 받고 너무도 쉬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배우야말로 정신적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직업인데, 그런 배우들에게 정신과 의사들이 권하는 방법도 '루틴' 정하기라고 하정우는 말한다. 그의 말대로, 변덕스러운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일상의 루틴으로 단단한 닻을 내려둘 필요가 있다.



변화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작은 물결에 배가 휩쓸려가서는 안 되므로 닻을 단단히 내려둘 필요가 있다. 나에겐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 <걷는 사람, 하정우> 중




살아있는 한 계속할 수 있는 것

꼭 '걷기'일 필요는 없다. 하정우에게 걷기가 그렇듯 "처한 상황이 어떻든,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누군가에겐 체조가, 누군가에겐 줄넘기가 삶의 닻이 될 수 있다. 자기의 보폭 안에서 뚜벅뚜벅 걷다 보면 힘든 풍파를 마주할 용기도 (조금은) 생겨난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행동들로 하루를 꾸리는 것. 그 24시간의 루틴으로 우리는 위기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



무거운 생각

하정우는 책에서 걷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몸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무거운 것"이라고 말한다. 오만가지 생각과 온갖 핑곗거리들이 머리를 무겁게 하지만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일단 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 보자는 생각만 해보라고 한다.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친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않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이 가벼울수록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진짜 '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그저 견디고만 있는 걸 노력이라 착각하곤 한다. 하정우가 말하 ‘나무 아래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고만 있는 경우’다. 감을 따려면 나뭇가지를 자르든, 나무를 흔들든, 마을로 내려가 장대를 가져오든 해야 하는데 그저 입만 벌리고 있으면 턱만 아플 뿐인 것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한 걸음이라도 발걸음을 뗄 때, 비로소 걷기는 시작된다. 죽을 만큼 힘든 때도 최소한의 걸을 힘은 남아있다고, 하정우는 응원의 말을 건넨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 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렇게 기도한 이후로 이상하게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 (...)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부지런하게 갈 뿐이다.

- <걷는 사람, 하정우> 중



글 - 소호

그림 - 모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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