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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 May 21. 2024

발달장애 자녀를 둔 사람들

미안해 할 일이 아닙니다

-듣고 있냐?

-.....

-뭐야, 나 혼잣말 한거야?

-아, 쏘리.  **가 바지에 실수를 해서.


**는 올해 열아홉이 된, 내 친구의 둘째 아이다. **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서, 식사를 옆에서 챙겨줘야 하고, 걷다가 넘어지거나, 가끔 저렇게 아니 자주 바지에 실수를 하는 등 혼자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그런 아이를 친구의 자식으로 바라보는 나를 비롯한 친구들과 친구들의 아내들도 마음이 아픈데, 그 부모는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수시로 든다.

그래도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 아이의 힘듦과 부모의 힘듦을 놓고 힘들다힘들다 하며 이야기 하진 않는다. 그런 얘기도 안할 수는 없지만, 보통의 아이처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밥 먹다가 흘리면, 너 밥먹기 싫어서 꾀 부리는 거지 라고 하고,

모임을 하며 건배를 할 때면, 음료든, 아주 약하게탄 과실주든 주면서 같이 하자고 한다.

내 친구 부부는 어렸을때는 장애를 인정하지 못해 장애등록도 늦게 했고, 아이가 걷다 넘어지면 혼을 내며 화도 내고 했지만, 이제는 일어나~하며 기다려 준다.

앞으로 쭉 같이 가야할 걸 알고 인정하며, 속상해하기 보다는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온 지 꽤 오래됐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카페를 찾아 2주에 한번 정도는 주말에 나들이를 다니고, 1년에 두번 정도는 꼭 여행을 다닌다. 보기가 좋다.


사실 모든 집이 다 이런 건 아닐 거다.

내 친구네가 맞벌이에 살림이 좀 괜찮은 형편이다 보니, 지금도 매일 봐주는 사람이 집으로 오고, 마시지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집으로 와 치료를 해준다. 포기할건 포기하고, 지금 상황에서 취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서 살자하니,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볼 수 있을 거같다.

살림이 팍팍한데, 앓는 사람까지 있다면, 그 힘듦을 말해 무엇할까.



우연하게도, 내가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여럿이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고 있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그 아이들도 이미 많이 커서, 스물한살도 있고, 열다섯도 있다. 다른 두 아이도 이미 스물이 다 된 걸로 기억한다.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 많이 있네 라고 했는데, 자료를 보니 이상한게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발달장애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23년 초에 나온 기사를 살펴보면, 국내 등록장애인의 비율은 26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5.1% 정도인데, 여기에서 65세 미만 장애인 중 발달장애 비율은 21%에 달한다. 즉, 50만명이 넘는 사람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보면 1% 이상의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이다.

내 친구 부부는 그들의 둘째 아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계속 다녔다. 큰병원 작은 병원 가리지 않고 다녔고, 영험하다는 절을 찾아다 3일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장애아 등록을 한 것은 10살이 넘어서였다.

아마도 내 친구 부부의 경우처럼 병원을 다니거나 치료를 받으면 육체적인 발달장애-어릴때는 잘 모를 수 있으니-가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장애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장애율과 장애인 수는 조금 늘어날 지도 모르겠다.


내 지인의 아이들을 보면 크게 육체적인 장애와 정신적인 장애로 나눌 수 있는데, 이걸 조금 명확하게 살펴보려면, 장애인복지법 관련 규정에서 2000년에 신설된 발달장애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법령에는 1)지적 장애인 2)자폐성 장애인 3)그밖에 통상적인 발달이 나타나지 않거나 크게 지연된 사람으로 구분 짓는다.

내 지인의 아이들은 2번과 3번으로 구분지을 수 있는데, 안타까운 건 3번의 아이들은 결국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 발달이 힘들어지는 1번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앞에 썼던 내 친구의 아이도 처음엔 걷기가 조금 불편하거나 약간 어눌한 정도였으나 학습력이 떨어지다보니 결국 지적장애가 느껴질만큼의 수준이 되어버렸다. 태어날 때부터 봐온 아이이고, 우리집 아이들과 어릴때부터 같이 놀던 아이인데 우리집을 포함해 친구들의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장애를 앓고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마음아픈 일이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뭘 어쩌자고 쓴 건 아니었다.

우리집 딸아이의 우울증 극복기를 쓰다보니, 발달장애를 안고 살고 있는 친구네 둘째 아이가 생각났다.

얼마 전엔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바로 옆자리에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아이와 엄마가 탔다. 또, 아침 출근길에 사무실 근처로 걸어올 때면, 일주일에 한두번은 서른은 됨직한 다운증후군의 사내와 꼭 마주친다.

이제야 이 글을 쓰면서 하려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장애든, 병이든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들으면 화낼 소리지만, 이 말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장애를 가진 부모가 보통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면서 살았으면 좋겠고, 보통의 부모들과 사람들도 그렇게-'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이 왜요? 당신이 더 힘든걸 알아요'라고 속으로라도 말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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