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다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이 조근조근 말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by 소화

신랑은 굉장히 말을 조근 조근 하는 편이다.

큰 감정의 요동없이

언제나, 늘 조근조근.

듣고 있으면 편안하고

때로는 졸릴 수 도 있다.

가끔 상대는 나를 가르치려드나 할 수도 있다.


이 말투의 장점은 때로는 감정이 상하는 이야길 해도

큰 싸움으로 옮겨갈 일이 없다는 것이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다는 것.

하지만 때로는 “차라리 화를 내.”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종종 생긴다. 차라리 화를 내라고 화를.


그에 반해 나는 내 감정이 말투에 그대로 표현되는 편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목소리도 한없이 부드럽고 날아가고

화가 나면 다다다다다닥… 시작된다.

그래서 일단 화가 날 때는 숨을 크게 내쉬고 말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의 옆 테이블에서

우리보다 10살은 더 많은 듯 한 부부의

언쟁이 시작되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야기가 소주 한 병을 마시고 한 병 더가 추가될 만큼 이어졌다.

주제는 너무나 뻔한 명절이야기.

아마도 동생네가 늦게 와 준비를 혼자 다 한듯하고

그로 인해 화가 난 아내,

그걸 이해시키고자 모든 상황과 이유를 설명해 주는 남편.

둘의 이야기가 우리 테이블에 흘러

내가 밥을 먹으러 온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대화를 들으러 온 것인지

상황 판단이 안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대화가 내 귀에 쏙쏙 박히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남자의 말투가 굉장히 조근조근.

모든 상황을 다 이해시키고 설명하고

아내의 마음도, 다른 가족의 마음도 다 이해시켜 주기 위해 끊임없이 한 톤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제발, 그냥 당신 정말 고생했어. 도대체 그 사람들은 왜 그러냐.’ 하고 한 마디만 하면 이 지루한 싸움이 끝날 터인데 대체 왜.. 왜… 계속되는 것인지.

내 안에 무언가 끓어 오르며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


끝나지 않는 싸움을 내내 듣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내가 이야기 꺼내기 전에 신랑이 하는 말.

“와, 옆 사람 이야기 듣는데 꼭 내 모습 보는 것 같아서 답답했네.”

“하하하하하하. 오빠 알긴 알아? 오빠 말투? “

“응. 난 처음에 듣다가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듣다 보니 너무 짜증 나더라. 와 진짜 싫다.”

” 짜증 나는 건 아니야. 좋은 점도 많은데 다만 저런 상황에서도 혼자 지나치게 차분한 게 상대방이 약 오르고 열받는 거지. “

“응, 완전히 이해했어. 자기가 나에게 평소 말했던 게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했어.”


그런데 말이야 여보.

타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거야. 난 그래서 당신을 늘 높게 평가해.

나라면, 그 사람의 그 말투를 칭찬하고 높이 샀을 거야.

여자가 감정적이니 하면서…


그게 당신과 나와의 차이인가 봐.

내가 그래서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이 나에게 가끔 너무 열받게 조근조근 이야기해도

그냥 꾹 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해.


그 안에, 나를 질타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도 아닌

그냥 당신의 진심이 담겨있다는 걸 아니까.


그래도 있잖아.

아까 들었지? 이런 상황에서는 그 조근함이 별로라는 걸?

그럼 그걸로 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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