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 자랑대회

자랑거리가 너무 많은 나.

by 소화

자랑거리 많은 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자랑, 급식을 먹는 행복.

그 밥을 곧 배가 터지지 않을까 싶게 먹고

마음 편한 동료들과 교정을 한 바퀴 도는 것은

얼마나 그림 같은 일인지.


점심을 좀 늦게 먹어서 5교시 수업 시작 전까지 10분이 남았으면 좀 더 빠르게 걷고

30분이 남았으면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요즘은 그 시간을 교장선생님도 함께 보내고 있다.

흔히 교장 선생님과 함께 라면 상상하는 그림이

‘어쩔 수 없이, 어쩌다 보니’가 아닌

나에게는 ‘기다려지는, 함께 나서고 싶은’의 시간이다.


명절 지낸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나누었다.

명절 전 날 학교에 왔었던 나의 아이와 조카의 밝고 맑음에 대한 칭찬이 있었고, 그 조카는 꼭 허클베리핀에 나오는 아이를 꼭 닮았다고도 하셨다.


“교장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저 연휴에 황톳길 맨발 걷기하고 왔는데. 너무 예쁘죠?”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추어 내가 교장선생님과 걷기 메이트 용화샘에게 공유한 사진이다.

“세상에, 정말 예쁘다. 어머어머.”

“이 낙엽 봐. 나 이런 게 너무 좋더라.”

교장선생님은 내 사진 한 장 한 장을 들여다 봐 주신다.


“아침에 마을 교육은 어땠어요.”

“얼마나 좋았다고요. 이것 좀 보세요. 정말 예쁘죠? “

“나 아까 실물 보고 얼마나 부러웠다고.”

이번의 예쁨은 이것이다.

마을에 사시는 짚풀전수장 님이 만드시는 항아리와 보관용기들.

나는 이것에 마음을 내주어

듣는 내내 감탄하고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는데

이런 내 감탄때문이었던지 작은 항아리 하나가 내 손에 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교장 선생님이 시작하신다.

“이것 좀 봐요. 나는 연휴에 태안에 다녀왔는데

이 노을 좀 봐. 바다 끝에 딱 떨어진 것 같지 않아요? “

“어머~ 직접 찍으신 거예요? 정말 예쁘고 이 노을과 발 끝이 담긴 사진 구도도 멋있어요.”


“이 소나무 길도 봐요. 정말 예쁘죠?”

“어머어머~”


하늘,

꽃,

나무,

노을,

앞서가는 남편의 모습을

교장선생님의 예쁨 자랑을 받아.


낙엽,

황톳길,

아이의 웃음,

가을 햇살.

책방의 풍경까지


내가 담은 예쁨이 자랑되었다.


산책과 소화라는 목적은 어느새 잊고

운동장 가운데 걸음을 멈추어 서다.

겨우 한 걸음 내딛는 속도로

예쁨 자랑은 이어졌다.


어머어머, 탄성과

세상에만 계속될 뿐

어떤 이야기도 담기지 않는다.


“소화샘은 참 행복한가 봐, 이런 걸 보고 예쁘다고 이렇게 감탄하잖아.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그래.”

“그런가요? 맞아요. 저 정말 너무 예쁜 게 많아요.”


수업 시간이 다 되어 걸음을 교실로 옮기며

그 걸음의 시간 또한

예쁨으로 정리되었다.

“소화샘, 이것 봐 바. 너무 예쁘지 않아? 난 저 토분이랑 색이 다 다른 제라늄이 너무 예쁘더라.”

‘맞아요. 토분은 깨끗하지 않은 이 아름다움 자체가 예쁘죠. 제가 그래서 토분을 좋아하잖아요. “

“화분 뒤 보이는 저 나무는 또 얼마나 예쁘다고.”

“우와. 정말요. 아… 너무 예뻐요. 이 각도에서 보이는 꽃과 하늘, 나무 그리고 이어지는 운동장도요.”


한참을 또 그 예쁨을 마주하고 서 있는다.


이어지는 예쁨 자랑을

특유의 리액션으로 더 예쁘게 담아주던

용화샘은 또 얼마나 예뻤던가.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의 “참 편안해 보여. 여유가 있는 거야.”

라는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편안해졌고, 내 안에 없던 여유를 꺼내보려 삶의 여유를 만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더 예쁜 것들이 들어오고 느껴진다.


저녁을 먹고 아이와 나선 길

또 예쁜 것들을 만난다

가을바람, 노을, 저녁의 공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엄마친구와 퀴즈를 내느라 웃는 아이,


곧 이어질 예쁨 자랑대회에 꺼내줄 예쁨들.


나는 보이는 예쁨도 좋아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더욱 다정함을 느끼며

그것들에서 삶의 향기를 느끼며

걸어가고 싶다.

향해가고 싶다.


당신들은 계절의 변화도
하늘의 변화도 응시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늘 생각에 이끌려 다니고,
남는 시간에는 더 많은 재미를 찾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자기를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 쇼니족 전사 ‘푸른 윗도리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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