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데리고 살기 힘든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나 자신이다
너무 잘 알아서
너무 밉다.
내 말과 찰나의 표정
무언가를 나눌 때 스치는 계산에 담긴 이기적인 의도를 나는 안다.
건네는 위로와 응원 속에 어떤 불순물이 들어있는지도 나만은 알고 있다.
내가 읽은 소설 속 멋진 인물과 그를 닮고 싶은 내가 얼마나 멀기만 한지,
그러면서도 조금은 비슷한 면이 있지 않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는 것도.
이놈의 나는 알고 있다.
타인이라면
안 보고 살텐데.
아마 이런 내가 나의 가족이었다면 나는 기꺼이 호적을 파냈을 것이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기울어진 태양 아래에서 그림자를 떼어내는 것만큼
발을 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만큼
내가 잊고 있는 모든 순간에, 나는 나다.
내가 했던 말
찰나의 표정
쥐었다 놓았던 꿈들
그 때의 핑계들이
모두 다 내 십자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