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꾸 같은 문장을 다시 읽는다. 어제는 내 마음 같았는데 오늘은 낯설다. 둥글게 감싸주던 단어가 날카롭게 느껴지고, 부드럽게 흘렀던 문장은 멀리 밀려난 듯하다. 단어를 바꾸고, 문장을 옮기고, 지운 자리에 다시 써넣다 보면 어느새 처음으로 돌아와 있다. 애초에 무엇을 고치려 했는지도 흐릿해진다. 생각해 보면, 다듬어온 건 문장이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말을, 어떤 마음을 오래 삼켜왔을까.
문장을 고치는 동안 나는 표현보다 마음을 쥔다.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 감정을 다시 불러오고, 그때의 나와 마주 앉는다. 어떤 단어는 너무 날것이라 피하게 되고, 어떤 문장은 멀리 달아나 팔을 길게 뻗어야만 닿는다. 잘 쓰인 문장보다 지금의 나를 닮은 말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틀리고, 멈추고, 다시 쓰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한때는 완벽을 좇았다. 구김 하나 없는 옷처럼 누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말문은 굳어 갔다. 머릿속에는 문장이 차올랐지만, 펜 끝은 종이 위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잘하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눈앞에 할 수 있는 일부터 했다. '서툴러도 좋으니 한 줄을 쓰자.' 그러자 문장은 가느다란 실처럼 이어졌고, 흐름이 생겼고,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삶도 그 뒤를 따랐다. 하고 싶은 일을 덜 주저했고, 손이 닿는 것부터 하나씩 해냈다. 진심이 앞설 때 삶은 느리지만 분명히 나아갔다.
처음부터 정답은 없었다. 단번에 옳은 선택도 완벽한 문장도 없었다. 내 삶은 늘 고쳐 쓰는 과정이었다. 발걸음이 흔들릴 땐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그 자리에서 다시 방향을 잡았다. 때로는 엉뚱한 길로 흘렀고 멀리 돌아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길 위에서 나에게 맞는 말과 삶의 모양을 조금씩 알아갔다.
완벽한 문장은 없다. 끝까지 고쳐도 지우지 못한 문장들, 그 안에 남은 마음 하나하나가 있다. 종이 위에 깊게 눌린 글씨처럼 그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이제 잘 쓰인 문장보다 나를 닮아가는 문장을 믿는다. 틀림과 망설임까지 품은 말. 오늘도 그런 문장을 한 줄 더 이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