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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Nov 25. 2020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ep-1

“  그림자를 작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한 명의 아이가 쪼그려 앉았다.  

  

“  그래, 앉으면 작아지는구나.  그럼 그림자를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하지?  “    


아이들이 어떻게 그림자를 크게 만들지 궁금해서 나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고작 네, 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이집 아이들인 것 같은 아이들 4명과 선생님은 공원을 산책하며 그림자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  그러네. 친구 손을 잡으면 그림자가 커지는구나.  ”    


아이 두 명은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서로의 손을 잡았다.

웃음소리를 내는 두 명의 아이들에게 한 명이 다가가 손을 잡았고, 나머지 아이도 이어 손을 잡았다.

그림자는 점점 길어졌다.    

“  만세 해봐.  ”  선생님이 말을 하자    

서로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 만세 ‘ 를 외치자 길어졌던 그림자는 키까지 커졌다.

쪼그리고 앉고, 옆에 친구 손을 잡고, 만세를 외치고

선생님이 내는 미션을 연이어 성공하자 아이들 얼굴에는 만족감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태양만 있으면 생기는 그림자가 이 아이들에게는 놀이도구였다.   

 

‘  그래, 나도 그림자를 가지고 놀곤 했지.  

   저 아이들은 서로의 그림자로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

   둘이서 셋이서 여럿이 놀다 보면 훨씬 재미있지.  ‘        



그러다 문득 한 아이가 떠올랐다.      


“  언제까지 부모님, 오빠들, 남 탓만 하고 살 거야?  네 책임은 없는 거야?  

   이제 너도 어른인데.  이제 네가 니 인생을 책임질 나이는 충분히 지났어.  ”

“  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내가 얼마나 힘든데

   네가 알아?  내 마음을?  “

“  넌 항상 그래.  앞으로도 그럴 거야.  우리 연락하지 말고 지내자.  지겹다.  네가 ”

“  나도 너 같은 친구는 필요 없어.  네가 무슨 친구야?  ”      


‘ 안녕 ' , ' 잘 지내 ’ 마지막 인사는 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 전화를 끊었는지는 모른다.

그 날, 그 통화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  그 애와 나는 태양과 그림자처럼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지냈었지.  

   네가 내 친구인 것이 자랑스러워

   누구냐고,  친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나는 내 절친이라고 말하곤 했었지.  ’    


‘  다시 친구로 지내보지 그래?  

   그렇게 좋아하고 자랑스러운 네 친구였는데 말이야?  ‘   나에게 내가 묻는다.     


‘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이제는 다 끝나버렸어.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다시 돌아가면 우리가 서로의 그림자가 될 수 있을까?

   자신 없어. 똑같이 반복될 거니까.  

   그래서 그 아이에게 절교를 선언했으니까  ‘     



       

그 아이를 처음 본 것과 기억하는 것은 내가 일곱 살 무렵이었다.

우리 식구와 그 아이 식구들은 같은 교회를 다녔다.    

나는 시장을 지나 육교를 건너 언덕 위에 있는 교회의 별관 지하에 있는 선교원에 다녔고

그 아이는 교육관 2층에 있는 유치원엘 다녔다.

유치원은 항상 해가 잘 드는 정남향 2층에 있어서 교실 안은 항상 환했다.

선교원은 별관의 지하에 있어 불을 켜지 않으면 땅굴처럼 깜깜했다.

어린 나는 본능처럼 알고 있었다.    


‘  어디든 환한 곳이 어두운 곳 보다 좋은 곳이야.  ’    


샛노랗고 윤이 반질반질 나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버스에서 내리는 파마머리 어린아이

그 아이는 눈이 크고, 얼굴이 동그랗고, 눈썹이 진해 예쁘장했다.

일 년 동안 그 아이는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원했고,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 노래 가사처럼  나는 항상 걸어 다녔었다.

나중에 중학교에 가서 친하게 되었을 때 내가 그 아이에게 물었었다.    


“  너 나 유치원 다닐 때 본 거 기억 안 나?  ”

“  너 우리 유치원 다녔었어?  ”

“  아니, 별관에 있는 선교원 다녔었지.  ”

“  어?  우리 교회에 선교원이 있었니?  난 몰랐는데  ”    


맙소사, 선교원에 다녔던 나에게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그 아이는 교회에 선교원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  나는 너를 자주 봤었는데.  ’  라는 말은 왠지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시작점부터가 아예 달랐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좋았는지 모른다.    

  

‘  그것은 호기심이었을까?  동경이었을까?  ’    



나와는 모든 것이 다른 아이

그 아이의 집이 궁금했고, 부모님이 궁금했고, 모든 것이 궁금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은 없다.

그저 그 아이가 복도를 지날 때나 운동장을 지날 때 슬금슬금 그 아이를 쳐다봤다.    


‘  내년에 같은 반이 되면 친구가 될 수도 있는데.  ’    


나는 그 아이를 아마도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 마음을 나에게 조차 숨긴 것 같다.    

  

‘  적당한 구실이 있다면 친구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


도무지 그 아이와 나는 접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아쉬우면서도 나는 그 아이를 떨쳐내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셨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자존심이 상했다.    


그 아이는 학교 다니는 내내 반장과 학생회장, 부회장, 걸스카우트 단장을 도맡아 했다.

집이 워낙 유복했기도 했고, 그 아이뿐 아니라

오빠 두 명까지

모두들 학교에서는 모범생에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 아이들이었다.

부모님이 자식 교육이나 주변에 신경을 쓰셔서

학부모 운영위원회 모임, 회의 등에 자주 참석하러 학교에 오시는 바람에

그 아이의 엄마도 낯이 익었으니까    


학교 육상부로 활동하던 나는 아침 일찍, 저녁 늦게까지 운동장에 혼자 남아 달리기를 했었는데

그 아이의 엄마도 자주 보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일하느라 항상 바쁘셨는데

그 아이의 엄마는 항상 멋진 옷차림에 가방을 들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학교에 자주 오셨다.

선생님과 나란히 다정하게 운동장을 걸어 다니셨고

교장, 교감 선생님들 모두 그 아이의 엄마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셨다.    


‘  학부모가 저렇게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니

   우리 엄마는 항상 선생님들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는데.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    


그 아이의 주변은 모두 의문투성이였다.    

운동장을 헐떡거리면서 달리던 내 옆을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무심히 지나갈 때마다 나는 다짐을 하곤 했다.   

 

‘  만약 같은 중학교에 배정돼서 같은 반이 되면 반드시 너랑 친구가 될 거야.  ’    



중학교를 간 첫날

나는 복도에서 다시 그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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