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 소설가 Jan 04. 2023

2023년 1월 4일 수요일

나는 유나쌤이 좋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처음 만난 유나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

알면 알수록 너무나 괜찮은 사람

힘들다고 말하거나 좌절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평온을 긍정을 잃지 않는 사람

바다나 강처럼 흐르는 사람이 아닌 맑고 깨끗한 물을 품은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람이다

     

우리의 만남은 당근에서 시작되었다

스터디 메이트를 찾는 나의 글에 유나샘이 쪽지를 보냈고

코로나가 무서웠던 나와 유나샘은 실내가 공원 야외에서 스터디를 진행했다

첫 만남부터 꽤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나이도 정확한 이름도 사는 곳도 묻지 않았다

목적이 있는 만남이었고 서로를 잘 몰라 질문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일주일간 정한 분량의 공부를 하고 질문을 하고 노하우를 공유한 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말한 뒤 헤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질문을 하는 건 대부분 나였고 유나샘은 답을 알려주거나 찾기 힘든 정답을 찾아주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경단녀가 되어버린 유나샘이 나는 몹시 안타까웠다

차분하고 온화하며 겸손한 유나샘

나는 그녀가 잃어버린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 자신의 자리를 찾길 바랐다


일 년여가 지나고 외부로 출강을 하게 되어 스터디를 몇 달간 멈추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실력도 출중한 샘에게 어쩌면 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이 들어 

다시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유나샘에게서 안부를 묻는 톡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며칠 뒤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유나샘이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겨울 방학 동안 잘 지냈냐는 나의 말에 방학 동안 딸아이가 계속 입원을 해서 병원에서 수개월을 

지냈다고 덤덤히 말하는 유나샘

깜짝 놀란 나는 이것저것들을 물어봤고 유나샘은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나는 눈물이 툭 터져버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부끄러움도 모르고 한 동안 엉엉 울어댔는데

내가 울어버리자 유나샘도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렇게 한 참 울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웃어버렸다

울음이 웃음으로 변한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제 내가 먼저 다가가기로 

내 마음속에 있던 조심스러움의 벽을 모두 다 부숴버리겠다고

동료가 아닌 언니로 있어주겠다고  

   

그 이후 우리는 한결 편안해졌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드라마나 영화 책 얘기를 하고 

서로의 고민을 숨기고 싶은 흉금도 털어놓게 되었다

괜찮은 자리가 나거나 소개를 부탁하면 샘에게 얼른 연락을 해주었다

늦여름 유나샘은 초등학교 전담 영어교사로 들어갔다는 연락을 했고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바빠지면 얼굴을 자주 못 보는 것이 서운했지만 이제 샘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아

흐뭇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업무 파악을 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을 샘

한가해지면 만나자는 연락을 하겠지 기다리며 커피 쿠폰을 보내며 응원했다 

지난주 이제 한가해지고 시간이 난다고 밀린 얘기가 많다고 말하는 유나샘     


나는 유나샘이 좋아

선생님은 내가 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

항상 겸손하고 온화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한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순수한 사람

나는 그런 유나샘이 좋아

선생님이 내 옆에 있어주어서 나는 감사해

나는 노력할 거야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고마워 유나샘

내 옆에 있어줘서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1월 3일 화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