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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6일 목요일

by 옥상 소설가

오늘은 새벽부터 눈이 내렸다

포실포실 통통하게 내리던 눈은 환한 빛이 차오르자 금세 사라질 것 처럼 가늘게 흩날렸다

밖으로 나가 눈을 맞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고

읽어야 했던 책을 읽고 정리를 했다

수업을 하고 청소를 하고 저녁을 먹고 밤 풍경이 보고 싶어 혼자 산책을 나갔다

눈은 가로등 불빛 때문에 굵은 소금처럼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소금 같이 굵게 빛나는데 설탕처럼 단맛이 날 것만 같았다


길을 걸으며 나무가지위에 수국위에 눈을 봤다

낮에는 수북히 앉아있었는데 밤이 되니 얌전히 살포시 앉아있었다


내일 아침엔 볼 수 있을까?

눈이 내린 풍경은 낮에도 좋지만 밤에도 참 아름답구나


잔나비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 참을 걸었다

바람이 불어 눈이 흩날리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홀가분히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더 좋았다

집에 들어가려다 너무 아쉬워 다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올해의 마지막 눈이 될지도 모를 것 같아 조금 더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분명 아쉬운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앉아있었는데

공원 건너 무지개 조명 다리를 바라보다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였을까?

아름다운 노래 때문이였을까?


내 옆에 아무도 없어서

길 위에 아무도 없어서

편히 소리내어 울 수 있었다


지나버린 시간때문에

지나버린 사람들때문에

모든 것이 다 지나가버려 홀가분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 털어버렸다 생각했는데

아니였나 보다


내 마음속 깊이 꼭꼭 묻어놓고 밟아놓은 그리움

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정신을 놓은 순간

다 튀어나왔나보다

미움이 눈처럼 녹아서 그리움이 드러나왔나보다

그래 오늘은 실컷 울자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때?

마음껏 울자

그럼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리움은 조금씩 사라지겠지

그렇게 사라지게 해야지

아주 가끔

정말 참을 수 없을 때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있을 때

실컷 울자

그럼 사라질거야

눈처럼 다 녹아서 사라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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