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신부, 30년 만에 돌아온 대화
* 본 글에는 책 『기묘한 러브레터』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한 권을 다 읽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무의식적으로 첫 페이지를 다시 펼쳐본 적이 있는가?
나는 야도노 카호루 작가의 『기묘한 러브레터』를 읽고 바로 그 경험을 했다.
정말이지, 제목처럼 기묘하고도 소름이 돋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일본 출판계를 뒤흔든 익명의 데뷔작이다. 작가의 이름도, 성별도, 배경도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단 하나 밝혀진 건, 이 이야기가 친구의 실제 경험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친구의 실제 경험담에서 출발했다”
그 한 줄이 만든 전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결혼식 당일, 신부가 사라진다. 그리고 30년 뒤, SNS 속 흐릿한 유리창에 비친 얼굴 하나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누군가는 "이건 그냥 러브스토리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담당 편집자가 “이 소설, 너무 엄청나서 카피를 쓸 수 없습니다! 일단 읽어주세요!”고 말할 만큼, 이 소설은 독자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든다. 이야기는 30년 전 연극을 함께했던 여성을 찾아 SNS 메시지를 보내는 남자 주인공으로 시작된다. 그 덕분에 마치 실제 대화를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몰입감이 생기고, 문장도 간결해 약 1시간 만에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절대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처음엔 잔잔한 반전이,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불가능한 전개가 이어지고, 마지막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파괴력 있는 반전이 독자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나 본능적으로 첫 페이지로 돌아가게 된다. 모든 대사와 행동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두 번째 독서를 읽으면 이 책의 진짜 시작은 오히려 거기서부터다.
처음엔 남자가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확대해 확인하고, 그녀의 딸이 그린 그림을 출력해 벽에 붙이고, 은근히 주소를 묻는 그의 행동은 읽는 이에게 점점 불쾌한 기분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서, 그의 진짜 정체가 드러난다.
이 책의 원제는 『루빈의 꽃병이 깨졌다』이다. 이는 작중에서 주인공 남녀가 대학 시절 함께 무대에 올린 연극의 제목이기도 하며,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루빈의 꽃병'은 하나의 그림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꽃병으로도,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얼굴로도 보이는 착시 이미지다. 이 소설의 서사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순수한 러브레터 같지만, 읽을수록 등장인물의 감정과 과거의 진실, 이야기 전체의 인상이 달라진다. 아름다웠던 추억이 무참히 깨지는 마지막 반전을 생각하면, 이 제목은 정말 절묘하고 잘 어울린다.
다만 일본 소설 특유의 성적 묘사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민감한 독자에게는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몰입력과 이야기의 힘은 단연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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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