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개의치 않음
나의 기분이 나의 감정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명확한 하나의 단어로 설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때가 있다.
뭔가 계속 싱숭생숭, 멜랑콜리한 기분인데
이 때문에 나의 하루가 완전히 망했다고 하기에는 그건 아니고,
그렇다고 좋은 하루였다고 하기에는 뒤숭숭한 마음에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얼 하며 지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이런 감정들은 참 묘하다.
스스로 설명할 수도 없고 설득이 되지도 않는다.
숨을 크게 내쉬고 무슨 일 때문에 이런 기분인 건지
차근차근 기억을 되짚어보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려 노력하다 보면 어떤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기는 한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찝찝한 기분을 남길 일인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혼자 기분이 가라앉을 일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런 멜랑콜리한 감정에 휩싸여 후폭풍을 겪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기분이 드는 나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한다.
어쩔 때는 이 모호한 기분과 감정이 두리뭉실하게 형용에 형용을 더하는 단어들의 조합이어서, 희뿌옇게 끝과 끝을 알 수 없이 퍼져있는 안개 같아 좋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선명하고 명징하지 않기에 답답하고 그저 울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며 전에 책을 읽고 필사했던 글귀가 떠올라 다시 여기에 적으며 마음에 새긴다.
그러니 '개의치 않음'이란 얼마나 힘이 센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마음이 휘딱휘딱 바뀌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개성을 굳건히 드러내며 선 다는 것은 얼마나 현명한가.
예상은 언제나 깨어지기 마련이고, 계획은 언제나 틀어지기 마련이다. 상황은 바뀌고 기분은 변한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만을 믿을 일이다.
내 '천재성'만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딱히 천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태도니까.
여전히 나는 바뀌는 상황들에 개의하며 뒤따라오는 수많은 감정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곤 한다.
아마도 나에게 부족한 것은 ‘개의치 않은’ 마음과 태도였던 것 같다.
‘상황은 바뀌고 기분은 변한다.’
이 당연하고도 간단한 명제를 또 기분에 휩쓸려 나는 휘청였다.
상황에 따라 휙휙 바뀌는 기분과 감정들을 스스로 납득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이 기분 그대로, 이 감정 그대로 받아들여볼까.
오늘은 기분이 멜랑콜리했지만
개의치 않음!
그럴 수도 있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