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거절
No를 외쳐야겠다 결심한 이후
내 눈앞에 닥친 최고의 어려움은 ‘거절’이었다.
거절, 말이야 쉽지만
대부분을 거절하지 못하고 Yes를 했었던 나에게 거절의 말을 고르는 것은 크나큰 고민거리로 나의 어깨와 마음을 짓눌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거절의 말을 듣는 것이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거기다가 너무 차갑고 딱 자르는 듯한 거절을 들었을 때의 무안함과 실망감은 상상만으로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거절을 당하는 것도 힘들지만 내가 거절을 해야 하는 상황도 힘들다.
어떻게 거절을 해야 ‘잘’한 거절일까?
이미 거절만으로도 상처가 되는데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거절로 받은 상처는 기대가 꺾인 것에 대한 무안함과 잠깐의 서운함이지 관계에 영향을 끼칠 문제는 아니다.
거절을 잘하지 못했을 때 감정까지 상해버려 관계가 깨지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품격 있는 거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절을 했을 때 이미 그 상황만으로도 상처이지만, 상황은 바꿀 수 없더라도 무안하고 서운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고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끌어나갈 수 있는 현명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태도의 언어’라는 책에서 김지은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거절은 거절 자체로 이미 상대에게 상처다. 거절에도 품격을 싣는 이들은 그런 마음까지 보살필 줄 아는 인격과 너른 품을 지닌 이들이다. 거절당하고도 상대가 달리 보이는 건 그래서다.
더구나 이렇게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인연은 더 빠르게 돌고 돈다.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나 이어질지 모른다. 품격 있는 거절은, 인연을 매몰차게 끊지 않고 이어놓는다. 어떤 땐 그렇게 거절해 줘서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나 역시 거절해야 할 때 더 고민하고 말을 고르고 고른다. 거절의 품격을 느끼게 해 준 이들에게서 배운 '거절의 태도'다.
인연의 순환 속을 거닐고 있는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거절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단호함과 무례함 사이에서 잘못된 결정을 하고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 다시 이어질지 모르는 인연을 위해서라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화의 끝맺음을 위해서라도,
품격 있는 거절이 필요하다.
거절의 의사는 단호하게 밝히되,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너른 품으로 품어주는 사람의 거절은 수긍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고맙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자리를 느낄 때면 닮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조금은 덜 주기를,
상처를 주어도 그 마음을 더 많이 헤아릴 수 있기를,
한마디의 말로도 웃음 지을 수 있게 되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