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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르 Dec 23. 2023

빛으로 가득한 겨울

크리스마스를 위해 사는 여자

이제 겨울이 온다 싶으면 슬슬 캐럴이 듣고 싶어지고 괜스레 빨간색, 초록색이 가득한 장식품들에 눈길이 간다.

11월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혼자만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완벽한 조합, 이게 크리스마스지!


종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에 이렇다 할 만한 사연도 없지만 크리스마스를 찬찬히 준비해 가는 그 과정들을 지켜보면 너무나도 설렌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거리가 알록달록하고 트리들로 불빛 가득한 세상에 눈이라도 오면 이것은 또 얼마나 낭만적이고 기분이 좋은지. 눈 오면 당장 밖으로 나가 방방 뛰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이제는 가게마다 문 활짝 열어놓고 캐럴을 크게 틀어놓지 못해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분위기는 덜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은 여전한 것 같다.


대왕 트리들 반짝반짝 빛난다!


자꾸 밝게 빛나는 것을 보면 사진 찍게 되고, 귀여운 트리 오너먼트를 보면 또 사진 찍게 되고, 트리가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일단 또 사진을 찍게 된다. 크리스마스 오르골 앞에서는 살까 말까 고민하며 음악을 한참 들어보고, 리스를 들었다 놨다 하기도 한다.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조용히 집에서 보내는데 말이다. 어이없게도 11월부터 시작하여 12월 24일까지는 열심히 캐럴 듣고 사진 찍으며 신나게 보내다 12월 25일부터는 시들해진다. 좀 차분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걸 보면 크리스마스를 엄청 고대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꾸미는 앙증맞은 장식들과 밝게 빛나는 불빛들, 그리고 그 기분 좋아지는 분위기를 사랑하는 것 같다.


반짝반짝 오너먼트와 불빛. 영롱해.ᐟ


평소에도 반짝이고 빛나는 것을 보면 일단 찍고 보는 습관이 있는데, 한 겨울에 캄캄한 곳에서 반짝이는 것들 투성이라니... 이 낭만 가득한 광경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모든 것이 반짝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어릴 때는 그냥 단순히 사람 많고 신나는 캐럴과 들뜬 분위기에 기분이 좋았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거리 곳곳, 실내 곳곳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어두운 곳을 밝히며 느꼈을 누군가의 설렘과 아직도 이런 것에 설렘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내 자신이 좋다.

 

전에 만든 눈오리들 꽥꽥


이번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슬슬 정리하는 장식들과 트리, 불빛들을 보며 한 해가 져물어 가는 것을 여실히 느끼며 소등한 불빛과 같은 처지인 것처럼 쓸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득 쌓인 눈과 그 옆에 가지런히 놓인 눈사람, 눈오리를 보며 기분 좋게 웃음 짓다가도 곧 하루 이틀 사이에 녹아버리는 모습을 보며 아쉬워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다음 반짝반짝한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해를 정신없이 보내겠지.

낭만을 기다리며.

설렘 가득한 겨울, 밝게 빛날 거리를 상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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