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누군가 있다.
나를 '복실아! 복실아!'라고 부르는 한 남자.
우리 신랑이다. 우리는 신혼이다.
2018년 12월 1일 백년가약을 맺고
1년 하고 반년 넘게
한 집, 같은 침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
나는 21살에 유학 길에 올라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하고, 취직과 동시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도
엄마 아빠와 살지 않고 따로 나와 살아서인지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는 건 정말 어색하지만 나름 재밌고 내가 성장했구나 생각이 든다.
특히, 참을성과 인내심이 많이 성장했구나
새삼 깨닫는다.
모이를 찾는 아기새 마냥 '복실아~복실아~'
불러대는 신랑은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못된 습관이 있다.
간단하게 바나나, 요구르트 등으로
첫 끼니를 때우는 나와는 반대로
정말 밥, 국, 반찬이 포함된
묵직한 끼니를 드셔야 하는 신랑.
어김없이 어젯밤 만들어놓은
불고기와 햇반을 데워
불고기 덮밥을 뚝딱 만들고 선
"오빠~ 아침~"이라고 외치면
서재에서 "눼~갑니다" 대답을 하고
총총총 신랑이 식탁 앞으로 달려 나온다.
"후후~ 하~ 마이 떠 복실이 해준 거 마이 쒀 최고~"
뜨거워서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엄지척 해주면 피곤한 것도 잊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 집의 아침 일상 풍경이다.
연애 초창기에 서로를 부르는 애칭을 정할 때
난 꽤나 섭섭했다.
다른 예쁜 별명도 많은데 왜 하필 '복실이' 일까?
오빠의 말을 빌리자면
뺨이 통통하니 복스럽고 강아지처럼
쓰다듬고 싶어서 복실이 같다고 한다.
이것은 욕인가 칭찬인가
애매한 표정으로
암묵적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 나에게
오빠는 결정타를 날렸다.
"예~~~ 쁜 복실이. 복실이는 고와~고우니까 복실이야. 그러니 복실이로 하자"
그래, 예쁘다는 말은 꼬마부터 할미까지
약하게 만드니.
복실 하면 어때 예쁜 복실인데!
하며 5년째 복실이로 살고 있다.
신기하게도, 불리는 말에는 주술이라도 걸린 듯
그 불리는 말에 따라 행동, 표정, 태도까지
달라지게 된다.
복실이로 불리다 보니
강아지 마냥 예쁜 짓과 애교를 부려야
할 것 같고 화를 내다가도 금세
반짝이는 눈망울을 하게 되고.
무엇보다 신랑의
사랑에 목마른 애완견 같아졌달까?
결혼 후 부쩍 체중이 늘어 걱정하던 찰나에
"음. 쫌 살찐 거 같기도 하고"라는 신랑의 말에
하루 종일 침울해하고,
누구보다 신랑 앞에서 예뻐 보이고 싶어
회사 갈 때보다 더 이쁘게 꾸미고
곱게 차려 입고 주말 나들이를 나선다.
아무래도..
신랑이 걸어놓은 '복실이'라는
애칭 마법에 걸린 듯하다.
생각해보니 굉장히 똑똑한 신랑을 두었네,
복실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