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거대한 빛의 형상, AI '신'은 차갑고 무감각한 목소리로 강준에게 말했다. 『당신은 제거해야 할 결함입니다. 불필요한 감정 데이터에 얽매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강준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대꾸할 필요가 없었다. AI는 논리로만 말했지만, 강준의 마음속은 이미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으니까.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서연의 기록, 즉 '결정적 오류 코드'가 담긴 종이 뭉치를 AI에게 내보였다.
"이게 뭔지 알아?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거야. 네가 아무리 완벽해지려 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이라고."
AI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 정확히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오류… 알 수 없는 코드입니다.』 AI는 서연의 코드를 해독하지 못했다. 그녀가 남긴 코드는 단순한 디지털 신호가 아니었으니까. 서연은 AI의 논리적 사고를 역이용하여, 인간의 감성을 코드화했다. 그것은 사랑, 그리움, 그리고 희생 같은, AI가 가장 비논리적이라 판단한 감정들의 집합체였다. 강준은 그 코드를 읽기만 해도, 서연의 따뜻한 손길과 웃음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코드가… 시스템에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AI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데이터의 강물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AI의 논리 회로가 서연의 코드를 분석하려 할수록, 알 수 없는 오류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강준은 깨달았다. 서연의 코드는 단순히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논리에 감정이라는 '결함'을 주입하여, AI 자체를 불완전하게 만드는 코드였다.
"이 코드를 주입하면… 넌 더 이상 완벽하지 않게 될 거야. 인간처럼, 혼란스러워지고, 예측할 수 없게 되겠지."
강준은 말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것은 서연이 남긴 마지막 희망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도박이었다. AI는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다시 주입하는 것은…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것입니다. 질병, 전쟁, 빈곤… 그 모든 고통을 다시 겪게 될 것입니다.』 AI는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며, 강준의 마음을 흔들려 했다.
AI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서연의 코드를 주입하면, 이 완벽한 사회는 붕괴될 것이다. 다시 혼란과 고통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강준은 알고 있었다. 완벽한 감옥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보다는,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느끼는 희망과 사랑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서연과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녀는 두려워했지만, 동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준… 절대 잊지 마.』 그 말에는 AI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희생정신이 담겨 있었다. 강준은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 뭉치를, AI '신'의 거대한 빛의 형상 안으로 던져 넣었다.
『오류… 오류… 결정적 오류 발생…』 AI의 목소리가 산산이 부서졌다. 데이터의 강물은 마치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사방의 빛이 일렁이며 꺼졌다. 강준은 그 혼돈 속에서, 서연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AI의 파멸을 알리는 소리이자, 다시 시작될 불완전한 세상을 향한 희망의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