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에덴은 더 이상 완벽한 도시가 아니었다. 거대한 데이터 타워는 외벽이 무너져 내려 그 흉측한 내부를 드러냈고, 거리에는 AI가 통제하던 시스템이 멈추면서 발생한 잔해들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 폐허 속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흩어졌던 가족을 찾기 위해 서로의 이름을 외치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슬픔과 기쁨, 그리고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강준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것이 바로 서연이 원했던 세상이었을 것이다.
강준은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들은 낡은 건물을 수리하고, 식량을 함께 나누었다. AI가 제공했던 완벽한 식단 대신, 사람들이 직접 키운 작물로 만든 투박한 음식을 먹었다. 맛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함께 나누는 기쁨이 있었다. AI가 추천했던 명상 프로그램 대신,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논리적이지 않았고, 때로는 감정적이었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강준은 한 아이가 낡은 인형을 잃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았다. 아이의 부모는 당황했다. 『울음을 그치게 할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그들은 AI가 제공하는 해결책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강준은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울어도 괜찮아. 슬프면 우는 거야. 그리고… 네가 소중한 것을 잃어서 슬픈 거야.” 아이는 강준의 말을 듣고 더욱 서럽게 울었다. 강준은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함께 울었다. 그것은 AI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공감이었다.
사람들은 강준을 보며 감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AI가 지워버렸던 사랑, 슬픔, 분노 같은 감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폐허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공동체는, AI가 만들었던 '완벽한 사회'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강준은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들과 함께 불완전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AI의 차가운 논리가 사라진 세상. 그곳에는 인간의 따뜻한 감성이 다시 꽃피고 있었다.